이정재 "'인터스텔라'가 스테이크라면 '빅매치'는 청량음료"
배우 이정재(41·사진)는 충무로에서 3연타석 흥행 홈런을 때린 뒤 영화 제작사의 모시기 대상 1호가 됐다. 2012년 ‘도둑들’(1298만명)에 이어 지난해 ‘신세계’(468만명)와 ‘관상’(913만명)에서 색다른 모습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26일 개봉하는 액션 영화 ‘빅매치’(최호 감독)에서는 인질이 된 형을 구출하기 위해 한 단계씩 미션을 수행하는 격투기 선수 최석호 역을 맡았다. 24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생각보다 몸이 앞서야 하는 운동선수 역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아 출연하게 됐어요. 예전에는 두세 달만 운동하면 몸이 올라왔는데 마흔 줄에 들어서니 어렵더군요. 피로 회복 기능이 눈에 띄게 떨어졌어요.”

그는 촬영 전 5개월간 하루에 여섯 시간씩 몸 만들기에 들어갔다. 오전에는 피트니스센터에서 근육 운동을 하고, 오후에는 복싱과 킥 훈련을 했다. 무술팀과 합을 맞춘 격투기도 했다.

“팔 한 번 내지르더라도 선수처럼 보여야 하기 때문에 기본 훈련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어깨 인대가 4㎝가량 끊어져 수술까지 했죠. 몸무게도 77㎏으로 불렸다가 요즘 차기작 ‘암살’을 촬영하면서 62㎏으로 줄였어요. 독립군 역이라 날씬해야 하거든요.”

영화 속 그는 구르고 뛰고, 점프하며 수십 명을 일망타진하는 액션 연기를 펼친다. 100명에 가까운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탈출하고, 수십 명의 조직폭력배를 두 주먹만으로 때려눕힌다. 고층 건물에서 뛰어내리기도 여러 차례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예요. 요즘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인터스텔라’가 스테이크라면 ‘빅매치’는 청량음료 같은 영화죠.”

이정재는 데뷔 후 오랫동안 간직해 온 ‘신사’ 이미지를 깨면서 대중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번에 단순 무식한 최석호 역으로 변신한 것도 그런 차원이다.

“제가 출연할 수 있는 분량이 적다 해도 좋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하면서 일이 잘 풀렸어요. 좋은 배우들과 함께 나온 영화가 호평을 얻으면서 저도 관객들과 가까워지게 됐거든요.”

‘도둑들’에서 그는 얄밉지만 귀여운 도둑 연기를 했다. ‘신세계’에서는 감정을 꾹 누르는 이중 첩자 이자성 역을 맡아 황정민과 최민식 사이에서도 밀리지 않는 연기력을 선보였다. ‘관상’의 수양대군 역은 압권이었다.

“수양대군은 폭력적인 인물인데, 왕족이기 때문에 약간 다른 방식으로 폭력성을 표출한다고 봤어요.”

최근 대종상 시상식장에서 배우 라미란 씨가 키스하고 싶은 상대로 꼽았을 만큼 그는 섹시한 매력이 넘쳐난다. 관리 비법을 물었다.

“특별히 몸을 관리하지는 않아요. 일을 계속 하니까 절제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술을 멀리하거든요. 마시면 몸이 붓는 등 여파가 3일이나 갑니다. 과식도 하지 않고요.”

결혼 계획은 있을까.

“생각이 없지는 않아요. 하지만 혼자 지내는 게 편해요. 여자친구도 없어요. 여친이 없어도 허전하지는 않아요. 연애해 본 기억도 오래됐어요.”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