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외국인들 "한류, 가요·드라마보다 김치"
"모두 같이 김치를 담그는 '김장'은 처음 해봤는데 한국의 전통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된 것 같다"

덴마크에서 온 에스테피 씨(27)는 지난 22일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명월관에서 열린 '제 1회 김장 담그는 날' 행사에 참가한 뒤 한국 전통문화를 좀 더 알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너무 매워 보여서 평소에 잘 먹지 않았던 김치가 이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될 거 같다"며 "이번에 내가 직접 담근 김치를 학교 친구들에게도 나눠주고 싶다"고 즐거워했다.

이날 김장 행사에는 궂은 날씨에도 최지현 봉땅 주한 벨기에 대사 부인과 광진구 다문화가족 주민들, 연세대학교·건국대학교의 어학당과 교환학생 등 70여명이 참가했다. 행사에 참가한 외국인들은 평소 접할 기회가 없었던 한국 전통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던 게 가장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건국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스페인에서 온 안나 씨(23)는 "스페인에 있을 때부터 한국 가요나 영화, 드라마를 즐겼기 때문에 한국의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면서 "막상 한국에 왔을 때 전통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교에 다니는 이다 씨(21) 역시 "다른 전통 행사는 언어 문제 때문에 이해하기가 어려웠지만, 이번에는 이해도 잘 되고 정말 즐거웠다"며 "나중에 스페인 집에 돌아가면 김치 만드는 법을 가족들에게도 알려줄 계획"이라고 웃었다.
주한 외국인들 "한류, 가요·드라마보다 김치"
행사에 참가한 외국인들은 이날 직접 담근 김치가 5kg씩 포장한 스티로폼 상자를 들고 있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총 1t의 김치를 담갔다. 이 중 절반은 참가자들에게 나눠줬으며 나머지 500kg은 광진노인종합복지관과 자양종합사회복지관에 전달했다.

광진구에 살고 있는 김범식 씨(52)와 오오하시 미에코 씨(54) 부부는 고등학생인 두 자녀와 함께 김치를 담갔다.

미에코 씨는 "식구들과 다 같이 김장을 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광진다문화가정센터에서 추천을 받아서 남편과 아이들이랑 같이 왔는데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워커힐은 이날 김장 행사를 시작으로 다음달 6일까지 호텔 내 명월관, 피자힐, 클락식스틴에서 매주 '김치 주간(위크)'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김장을 총괄한 김치 명인 이선희 조리장은 "김장 문화의 유네스코 등재에 이어 우리의 김장 문화를 보다 가까이 알리는 계기가 된 것 같다"며 "올해를 시작으로 워커힐의 한식 알리기를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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