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캠리 '독한 변신'…한국시장서 설욕 나섰다
1997년 이전까지 미국 자동차 시장의 절대 강자는 ‘황소자리’라는 이름을 가진 포드의 토러스였다. 전미 승용차 판매 넘버원 자리를 6년간 내주지 않고 있었다. 이를 정상에서 끌어낸 주인공이 도요타의 캠리. 캠리는 일본어로 왕관(冠)을 뜻하는 ‘간무리’(かんむり)의 영어식 발음이다.

캠리는 그 후 14년간 한 해를 빼고 미국 승용차 시장서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2001년에만 불과 수백대 차이로 혼다 어코드에 자리를 잠시 내줬을 뿐이다. 캠리는 미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1983년 1세대 등장 후 최근 7세대까지 1700만대가 판매된, ‘성능 좋고 맵시 있는’ 일본차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러나 캠리는 유독 한국시장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2009년 6세대 모델부터 도입됐으나 매년 5000~6000대가량 팔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2012년 신차 효과로 7200대를 기록하며 한국기자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차(Car Of The Year)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디젤 연비로 무장한 독일차들에 밀려 판매량이 반토막 났다.

부분 변경이라고 적고 새 모델이라 읽는다

그런 도요타가 이번에 독한 반격에 나섰다. 지난 1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7세대 캠리 부분 변경 모델 출시 및 시승 행사를 열었다. 출시 차량은 2.5 가솔린 XLE 모델과 2.5 하이브리드 XLE 모델, V6 3.5가솔린 XLE 모델 등 세 가지. 모두 부분 변경 모델인데 ‘올 뉴 스마트 캠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올 뉴’라고 부를 만했다. 도요타는 파워 트레인과 프레임 등을 제외하고 내외부 디자인과 사양 등을 크게 바꿨다. 범퍼와 바닥, 지붕까지 전체 부품의 10%에 해당하는 2000여개 부품을 바꾸거나 재설계했다.

압권은 완전히 새로워진 디자인이다. 외양은 도요타의 최고급 모델인 아발론과 동일한 ‘패밀리 룩’을 적용했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범퍼까지 덮은 다소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앞모습이 바뀌었다. 더욱 역동적이고 강렬해졌다는 평가다. 측면 디자인은 언뜻 보면 렉서스 ES 시리즈를 닮았다는 느낌이 든다. 뒷면에서 보면 7세대 모델에 비해 길이는 45㎜, 앞뒤 바퀴 사이 간격은 10㎜씩 각각 길어졌다. 저중심의 와이드한 자세가 더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실내 디자인은 7세대 캠리와 비교해 보니 간결하고 고급스러워졌다. 계기반 중앙에 4.2인치 LCD(액정표시장치) 안내창을 적용해 각종 주행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디자인과 주행성 크게 개선

역대 최고 수준의 정숙한 주행감도 큰 특징이다. 신형 캠리의 개발을 주도한 도시히로 나카호 도요타 부수석 엔지니어는 “신차는 소음·진동(NVH)과 승차감, 두 가지에 주안점을 두고 개발된 차”라면서 “직접 타보면 알겠지만 주행 시 소음이 없어 탑승자 간 대화가 용이하고 외부의 작은 소리도 실내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고장력 강판과 스폿 용접을 확대해 차체 강성을 강화했다. 외부로부터 미세한 실내 소음까지 차단하는 프리미엄 소프트 소재를 대폭 늘렸다. 전륜과 후륜의 서스펜션을 전면 개선해 잔진동을 잡고, 핸들링 성능도 크게 높였다.

2.5 XLE 모델의 공인연비는 11.5㎞/L(도심 10.㎞/L, 고속 13.6㎞/L). 실제로 125㎞를 달려 보니 10.1㎞/L이 나왔다. 2.5 XLE 하이브리드 모델은 이전보다 공차 중량이 25㎏ 늘었다. 그러나 공인연비는 16.4㎞/L(도심 17.1㎞/L, 고속 15.7㎞/L)로 변화가 없다. 도요타 측은 공기 흐름을 좋게 만들고 부품을 개선해 연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요시다 아키히사 한국도요타 사장은 “신형 캠리는 도요타의 ‘고객 제일주의’를 실천한 대표적인 모델”이라며 “완전히 새로워진 차에 경쟁력 있는 가격이 더해져 도요타의 재기 발판을 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주=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