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소금 전매제
영어 표현 중에 ‘sit above the salt’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소금 위쪽에 앉다’로 상석에 앉는 것을 뜻하는 표현이다. 서양에서는 중세까지만 해도 소금이 워낙 귀해 귀족들의 커다란 식탁에도 한가운데만 달랑 소금통을 두었다고 한다. 그래서 귀중한 손님에게는 소금이 손에 닿는 가운데 쪽 자리를 권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소금에서 먼 자리에 앉는 게 관례였다고 전해진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앙집권적 국가에서는 소금을 국가가 전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7세기 제나라에서 이미 소금 전매제가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충렬왕 때 처음 도입했다. 전매의 대상은 소금에 국한하지 않았다. 국가와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철, 술, 차(茶), 담배, 홍삼, 때로는 마약까지, 귀하고 돈이 될 만한 품목이라면 모두 포함됐다.

전매제도는 현대의 재정회계가 정착되기 전에는 국가가 돈을 조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진시황의 통일 사업과 만리장성 축조, 한 무제의 영토 확장 등은 모두 소금과 철 전매 덕분이었다고 한다. 근대적 조세제도가 확립된 뒤에도 부족한 재정 수입을 보충하기 위해 종종 사용됐다. 지금은 없어진 우리나라의 담배, 홍삼 전매가 그런 사례다.

국가가 특정 물품을 독점 판매하는 전매제는 그 역사만큼이나 오래 전부터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다. 기원전 81년, 중국 한나라 조정에서 벌어진 ‘염철론(鹽鐵論)’ 논쟁이 대표적이다. 한 무제가 시행한 소금, 철, 술 전매제를 그의 사후에도 지속할 것인지가 쟁점이었다. 유가사상을 앞세운 젊은 학자들은 백성의 이익에 반한다며 철폐를 주장했다. 반면 고위 관리들은 부국강병의 법가사상을 내세워 필요성을 역설했다. 시대는 다르지만 국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해 간섭과 규제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가급적 개입을 최소화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오늘의 논쟁과 많이 닮아 있다.

중국이 전통의 소금 전매제를 폐지한다는 소식이다. 전매 수입이 국가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란다. 소금 전매를 담당하는 중국염업총공사는 재정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2012년 7억2000만위안(약 1300억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고 한다. 중국 공산당은 1949년 집권 후 그 전까지 국민당의 큰 수익원이던 식용소금 사업을 전매사업화했다. 어쨌든 소금 전매 폐지는 중국이 현대식 시장경제로 한발 더 다가섰음을 알리는 또 다른 시그널이 아닌가 싶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