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낸 김진호 前 합참의장, 2003년 비화 공개
“2003년 4월30일 개성공단 착공식을 한 뒤 북측에서 당초 80억원에 약속한 50년치 임차료를 갑자기 1200억원으로 올려달라고 했습니다. 근거도 없는 이런 요구를 들어주면 분양가가 3.3㎡당 10만원에서 40만원으로 급증, 조성 계획에 큰 차질이 발생합니다. 계약내용을 바꿀 수 없다며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김진호 전 합참의장(사진)은 지난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01년 11월부터 3년간 한국토지공사 사장 재직 시절 개성공단 개발과 관련된 비화를 공개했다. 땅값 문제로 개성공단 사업에 진척이 없자 통일부는 북한과의 다른 사업까지 막혔다며 모든 책임을 미뤘고, 다른 정부 부처에서도 “1200억원이 무슨 큰돈이냐. 군 출신의 고집”이라고 비판했다는 것.

“2003년 12월22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개성공단 개발사업 추진대책회의에서 개성공단 사업은 우리에게 군사전략적 이점이 있다고 전제한 뒤 경제협력사업은 수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망하는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칙을 지키며 오직 경제논리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습니다.”

보고를 받고 나서 노 대통령은 “김 사장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라며 자신의 손을 들어주었다고 회고했다. 그가 리언 J 러포트 주한 미군 사령관을 만나 개성공단의 전략적 중요성을 설명하고 “훌륭한 사업”이란 평가를 받아 미국 측 협조를 이끌어낸 뒤 북한이 보상비 120억원에 출입국관리사무소 건축비 40억원 등 160억원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군인으로서 북한을 경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우리가 어떻게 힘을 기르고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후세에 남기고 싶어 최근 자서전 ‘군인 김진호’를 펴냈다. 우리의 화해협력 정책과는 관계없이 북한의 군사적 대남적화활동은 변함없이 지속된다는 것이 골자다.

김 전 의장은 자서전에서 1999년 6월15일 발생한 제1차 연평해전 당시 북한군 사상자와 관련, “우리 통신정보기관에서 당시 북한의 교신내용을 파악한 것으로는 1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교전으로 피해를 입은 북한 어뢰정 1척과 경비정 5척의 탑승자는 대략 200명”이라며 “침몰한 40t 신흥급 어뢰정 탑승자 16명은 전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ROTC 2기로 1998년 3월부터 1999년 10월까지 제28대 합참의장을 지낸 그는 현재 통일안보선진화포럼 이사장, 대한민국재향군인회 고문 등을 맡고 있다. 25일 오후 3시 전쟁기념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