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4개월 만에 단행된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한국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 경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만큼 이번 금리 인하는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 뿐 아니라 국제시장을 거쳐 간접적인 영향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인하가 일단 중국의 경기 둔화를 염두에 둔 부양 조치로 해석했다.

경기 경착륙을 막겠다는 당국의 의지를 보여주면서 부동산 수요를 자극하고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노렸다는 것이다.

특히 금리를 비대칭적으로(예금금리는 연 3.00%에서 2.75%로 0.25%포인트, 대출금리는 6.00%에서 5.60%로 0.40%포인트) 인하하면서 은행의 재량권을 확대한 데 주목했다.

이 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23일 "중국은 부동산 시장 위축과 기업 환경 악화 등으로 내수 부진이 지속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디플레이션 우려마저 제기된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로 수익률이 높고 자금 수요가 많은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유도하는 게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경제가 이번 금리 인하의 목적대로 급속한 냉각 대신 연착륙에 성공할 경우 한국 경제로서는 전반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금리 인하로 위안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고 수출이 개선되면 대중(對中) 수출의 약 70%가 중간재와 자본재인 한국의 수출도 함께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의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세계 시장에서 중국 제품과의 직접적인 경합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현재까지는 중국의 수출 활기는 한국 수출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게다가 중국의 금리 인하는 세계 경제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져 한국 경제의 대외 여건을 개선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전날 유럽 주요국 증시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 중앙은행 총재의 양적완화 확대 시사 발언에 더해 중국 금리 인하 효과를 반영해 2~3%씩 상승했다.

미국 증시도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실물 경제 차원의 영향과 별개로 세계 주요국 통화정책의 '탈동조화'(decoupling)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외환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치훈 연구위원은 "일본과 유럽의 양적완화에 대응해 위안화 가치 상승(달러화 대비 환율 하락)을 막는 의도가 중국의 금리 인하에 담겼다는 분석도 나온다"며 "이는 미국의 출구전략과 맞물려 변동성 확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원화 가치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원화는 위안화와의 상관계수가 높아져 위안화 환율 움직임을 원화 환율도 따라가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중국의 금리 인하가 당장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로 연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세계 각국이 자국의 경기 상황에 맞춰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가운데 한국의 경우 추가 금리 인하가 부담스럽다는 견해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준협 연구위원은 "한국은 두 차례 금리 인하로 충분하며, 이제 중요한 것은 추가 인하보다 금리 인하의 효과가 투자와 소비로 잘 이어지도록 경제 구조를 개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증권금융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