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매각으로 4조6000억여원의 이익을 챙기고 한국 시장을 떠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당시 원천징수된 세금을 돌려달라고 과세당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문준필)는 21일 남대문세무서가 론스타 자회사인 LSF-KEB홀딩스에 1772억여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외환은행 지분을 하나금융지주에 두 차례에 걸쳐 매각한 론스타가 제기한 소송 가운데 2012년 외환은행 지분 2차 매각(51%)건에 부과된 법인세 3915억여원에 대한 판단이다. 론스타가 보유하고 있던 외환은행 주식 3억2904만여주를 3조9156억원에 매각할 당시 남대문세무소는 10%의 세금을 원천징수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소유자인 LSF-KEB홀딩스가 벨기에 법인이므로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먼저 “이 사건은 한·벨기에 조세조약이 아닌 한·미 조세조약이 과세의 적법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LSF-KEB홀딩스가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명목상 설립된 특수목적법인이기 때문에 주식 매각 이익을 실제로 가져가는 곳은 이를 소유한 론스타 유에스라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한·미 조세조약에 따라 론스타 유에스에는 한국의 과세권이 배제되므로 주식 양도로 인한 납세 의무를 질 필요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재판부는 나머지 투자자들은 버뮤다에 거주지를 둔 법인으로 판단해 2103억여원의 원천징수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 6월 서울행정법원은 LSF-KEB홀딩스의 외환은행 지분 1차 매각(13.6%)건에 대해서도 론스타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