油化 넘어 정유사로…삼성토탈의 변신
삼성의 대표 화학 계열사인 삼성토탈이 정유사로 변신하고 있다. 최근 정유사업을 주력으로 키우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고 있다. 내년에는 석유화학사업보다 정유사업의 비중이 더 커져 ‘제5 정유사’로서 입지를 확고하게 다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토탈이 석유화학회사에서 정유회사로 변신한 밑바탕에는 뼈를 깎는 에너지 절감 노력이 자리잡고 있다. 손석원 사장(사진)은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 때 부산물로 나오는 석유를 연료로 쓰지 않고 아껴 정유사업의 기회를 잡았다”며 “지난 10여년간의 노력 끝에 에너지 비용을 20~30%가량 줄였다”고 말했다.

삼성토탈이 집계한 지난 7년간 에너지 절감액은 1484억원이다. 손 사장은 이 같은 에너지 절감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19일 에너지절약촉진대회에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에너지 절감이 사업 기회로

삼성토탈은 삼성이 2003년 글로벌 화학업체인 프랑스 토탈과 50 대 50 합작으로 세운 회사다. 천연가스에 섞여 있는 초경질유(액상 탄화수소)인 콘덴세이트를 정제해 벤젠, 파라자일렌 등 석유화학 제품을 만든다.
油化 넘어 정유사로…삼성토탈의 변신
이 회사가 명운을 걸고 에너지 절감에 나선 것은 삼성종합화학 시절부터다.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가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삼성종합화학은 연간 3000억원이 넘는 이자비용에 허덕이는 신세가 됐고, 이때부터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핵심 자산을 팔고 인력도 줄였다. 전 직원이 분임조를 짜 생산성과 품질 향상에 참여하는 전사적 현장개선활동(TPM)도 시작했다. 회사 관계자는 “원가의 70%인 원재료를 해외에 의존하다 보니 에너지 비용을 낮추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합작 후에도 비용 절감 노력은 사내 아이디어 공모 등을 통해 계속됐다. 지난해 임직원들이 회사 인트라넷에 올린 아이디어는 14만687건이다. 직원 수가 1500명인 것을 감안하면 한 사람이 100개 안팎의 아이디어를 낸 셈이다. 이 회사는 공정 개선, 폐열 재활용 등을 통해 2000년대 초까지 6대였던 보일러를 4대로 줄였고 내년에는 2대로 더 줄일 계획이다. 오성철 에너지관리팀장은 “지난 7월 완공된 파라자일렌 2공장은 1공장보다 에너지 사용량을 25% 이상 줄인 세계 최고 효율의 에너지 절약형 공장”이라고 말했다.

○내년 주력 사업은 ‘정유’

삼성토탈의 정유부문 매출은 올 상반기 8613억원으로 회사 전체 매출의 23%였다. 합성수지 원료인 스타이렌 모노머, 폴리에스테르 원료인 파라자일렌 등 화학부문(47%)의 절반 수준이지만 내년에는 사정이 달라질 전망이다. 1조7000억원을 들여 증설한 파라자일렌 2공장에서 석유제품 생산이 늘고 있어서다.

생산능력은 연간 휘발유 430만배럴과 경유 800만배럴로, 국내 1위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의 3~5% 수준이다. 세계적 공급 과잉, 중국의 수요 위축 등으로 유화 제품의 시황이 부진한 것도 정유사업이 부각되는 이유다. 회사 관계자는 “유화 쪽 업황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내년에는 정유 매출이 전체의 40%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유 4사와의 갈등이 증폭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손 사장은 이와 관련, “국내에선 도매시장에만 주력하고 해외시장 개척에 더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