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PB…1등 제조사도 나섰다
이마트가 지난 13일 출시한 ‘이마트 크린베베 기저귀’는 출시 1주일 만에 이마트 내 테이프형 기저귀 상품군에서 점유율 10%를 돌파했다. 예상보다 빠른 판매 속도에 이마트 관계자들도 놀라고 있다. 왜일까. 이마트는 업계 1위인 유한킴벌리와 손잡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박현주 이마트 생활용품 바이어는 “유한킴벌리와 1년가량 협의를 거쳐 일반 제품보다 40% 싼값에 출시했다”며 “1위 업체에 대한 신뢰도와 저렴한 가격에 힘입어 예상보다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1위 제조업체가 만든 유통사 자체상표(PB)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그동안 PB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후발업체가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 같은 현상이 바뀌고 있는 것. 대형마트·편의점 등 유통업체의 입김이 강해지고 PB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제조사들은 ‘불가피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가 지난 3월 비타민 시장 1위인 고려은단과 함께 내놓은 ‘이마트 비타민C’도 지금까지 25만개 이상 팔리며 매출 30억원을 넘어섰다. 롯데마트도 4월 LG생활건강과 손잡고 ‘프라임엘골드 고농축 퍼퓸 섬유유연제’를 선보였다. 기존 제품 대비 20%가량 비싼 프리미엄 제품인 것이 특징이다. 월평균 3000~4000개씩 꾸준한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6월에는 하림과 같이 PB 닭고기 부분육을 출시해 전체 부분육 판매량의 30%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롯데제과가 만든 PB인 ‘초이스엘 롯데자일리톨 껌’도 해당 분야에서 판매량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편의점 업계에서도 이 같은 제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CU는 지난 4일 PB 커피인 핫델라페 안에 빼빼로를 넣은 ‘델라페빼빼로’를 출시했다. 빼빼로데이를 맞아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고자 한 CU 측의 제안을 롯데제과가 받아들인 것. 6일에는 베지밀로 유명한 정식품과 ‘베지밀 아몬드’ ‘베지밀 검은콩’을 선보였다. 빙그레와 내놓은 ‘메로나 바나나맛’, 동화약품이 만든 ‘원쌍화’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같이 1위 업체들이 PB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은 유통업체의 ‘파워’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한 생활용품 업체 관계자는 “PB뿐만 아니라 우리 제품을 개발할 때도 대형마트 바이어가 제품 디자인, 색상에 대해 수정을 요구할 정도”라며 “매출 잠식 우려, 브랜드 관리의 어려움 등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요청을 거절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유통업체는 수익성 향상을 위해 PB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마트의 PB 제품 수는 2008년 7600여개에서 지난해 1만2000여개로 늘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에 육박하고 있다. 업체별로 PB 제품을 소비자 시선에 잘 들어오는 ‘황금 매대’에 진열하는 등 홍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제조사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식품 관계자는 “새로운 콘셉트의 시도를 할 때 PB로 출시하면 리스크를 줄이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