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 울리는 新규제] 영업시간 제한보다 무서운 '주차 규제'…서울 이어 수원으로 확산
롯데자산개발은 오는 27일 수원역 주변에 개장 예정인 복합쇼핑몰 롯데몰 수원점을 지으면서 23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을 마련했다. 하루 5만명 이상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주차 공간을 넉넉히 확보한 것이다. 하지만 이 주차장엔 앞으로 시간당 500대까지만 차를 세울 수 있다. 수원시가 주차 제한을 요구해서다. 롯데자산개발 측은 주차 규제에 따른 영업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 잠실의 제2롯데월드몰 개장 과정에서 도입된 주차 규제가 대형 유통업체를 옥죄는 신종 규제가 되고 있다. 대규모 점포 개장에 따른 교통 정체를 완화하겠다는 취지지만, 주차가 불편해진 만큼 방문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영업 규제와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백화점·쇼핑몰 주차 유료 전환

롯데자산개발은 롯데몰 수원점 개장에 앞서 수원시와 ‘교통수요 관리정책 협약’을 맺었다고 20일 밝혔다. 협약에 따라 롯데몰 수원점은 주차예약제를 통해 시간당 500대까지만 주차를 허용한다.

주차요금 감면도 제한된다. 보통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서 일정 금액 이상 상품을 구입하면 주차요금을 내지 않아도 되지만, 롯데몰 수원점에서는 물건을 사도 주차요금을 내야 한다.

롯데몰 내 백화점, 대형마트, 쇼핑몰에서 2만5000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은 1시간30분까지는 주차요금 1000원을 내야 한다. 주차 시간이 1시간30분을 초과하면 1000원이 더 부과된다. 3시간을 넘기면 10분당 500원이 추가로 붙는다. 구매 금액이 2만5000원 미만이면 무조건 10분당 500원의 주차 요금을 내야 한다.

수원역 근처에서 이전부터 영업을 해온 AK플라자 수원점도 27일부터 주차예약제와 요금제로 바뀐다.

◆고객 불편, 매출 악영향 우려

롯데자산개발과 AK플라자는 주차 규제가 영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멀쩡한 주차공간을 두고 고객을 받지 말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달 개장한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은 주차 규제로 매출에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다. 롯데는 서울시와 협의해 롯데월드몰에서 주차 예약제 및 유료화를 시행하고 있다. 시간당 700대까지만 주차를 허용하고 구매 금액에 상관없이 10분당 1000원의 주차요금을 받는다.

롯데월드몰은 최대 2760대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지만 하루 평균 주차대수는 1300대에 불과하다. 롯데 관계자는 “주차 예약과 요금제에 거부감을 느끼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롯데월드몰 내 에비뉴엘,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등의 매출은 당초 목표치의 50~90%에 그치고 있다.

수원시는 수원역 주변 교통체증 완화를 위해 주차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성석 수원시 교통정책과장은 “주차 규제를 하지 않으면 롯데몰 수원점 앞 세화로 교통량이 50%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확산 가능성

서울시에 이어 수원시까지 대형 유통 점포에 주차 규제를 도입하자 유통업계는 비슷한 규제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유통업체와 주변 중소 상인이 갈등을 빚고 있는 지역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중재 방안의 하나로 주차 규제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주차 규제는 고객 불편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영업 규제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상인단체들이 대기업 진출에 반대하면서 출점 조건으로 주차 제한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