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늘린 '명문 장수기업'에 稅혜택
독일 초콜릿 생산업체 허쉬는 1894년 설립됐다. 직원 1400여명이 지난해 매출 60억달러를 낸 이 회사는 이익금을 ‘밀턴 허쉬 스쿨’(창업자가 1909년 설립한 고아 학교), ‘허쉬 재단’(지역사회 발전사업) 등에 환원하고 있다. 본사가 있는 허쉬타운은 관광 명소다. 2002년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회사가 지분 매각을 추진하자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기도 했다.

정부가 허쉬 같은 ‘명문(名門) 장수기업’을 뽑아 적극 육성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청과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은 중소기업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 등과 함께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명문 장수기업 확인제도’ 공청회를 열고 세부안을 공개했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을 제외한 전체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경제적 기여 △사회적 기여 △업력 등을 깐깐히 따져 확인증을 주겠다는 것이다.

◆경제·사회 기여와 업력 따져

이번에 발표한 명문 장수기업은 중기중앙회가 자체적으로 오래된 기업에 표창하던 것과 다르다. 30년 이상 업력을 지닌 업체를 대상으로 경제적·사회적 기여도를 종합 평가, 정부가 ‘명문’ 지위를 인정해준다. 선정되면 여러 혜택을 준다. 예컨대 가업을 상속할 때 증여세 과세특례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다.

선정 기준도 깐깐하다. 경제적 측면에선 △고용 기여(신규 고용창출, 장기 고용유지) △산업 성장(매출 및 유형자산 증가율) △ 혁신역량(연구개발비 비중) 등에 10점씩을 배정했다. △재정기여(영업이익률, 법인세 납부실적) △재무건전성(부채비율) 등은 일정 수준 이상 돼야 하는 ‘필수 요건’이다.

사회적 분야 중 법규준수 및 기업 명성도 필수 점검항목이다. 배점은 △인권·노동 △환경·안전·보건 △공정운영 △제품·서비스·소비자 △지역사회 기여 △사회적 책임(CSR) 등에 각각 5점이다.

창업일 기준으로 업력이 30년 이상 된 기업에 최대 40점을 준다.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고 판단되면 보너스 6점을 준다.

◆200년 장수기업 육성

필수 요건과 항목별 최저 기준을 통과하고 85점 이상(전체 점수 106점)을 받으면 명문 장수기업 확인서를 받을 수 있다. 명문 장수기업 확인을 원하는 업체는 신청서와 관련 증빙서류를 갖춰 지원센터로 신청하면 행정기관과 지방 중소기업청에서 검증을 한다. 중기청은 확인서를 받은 기업을 대상으로 2년에 한 번 자격심사를 하는 등 사후관리를 꼼꼼하게 할 계획이다.

한정화 중기청장은 “장수기업은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고 세금 납부와 고용 등 경제에 기여하는 효과가 크다”며 “엄격하고 객관적인 평가 지표인 명문 장수기업 확인제도를 통해 안정적인 가업 승계를 도와 100년, 200년 이상 장수하는 기업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시행령 개정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날 공청회의 패널 토론에선 이 제도를 좀 더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강상훈 동양종합식품 회장은 “인증 항목이 중견기업에 유리한 면이 많다”며 “중소기업들도 혜택을 보기 위해선 세부적인 기준을 완화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