主도주는 없고 週도주만 있는 회전초밥 증시
변변한 주도주 없이 산발적인 오름세만 반복되는 ‘게릴라성’ 순환매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가격 부담이 커진 내수주와 실적이 부진한 경기 민감주들이 번갈아가며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대형주들의 약세를 틈타 급등했던 게임 엔터주 등도 내림세로 돌아서고 있다.

짧아지는 순환매 주기

최근 한 달간 국내 증시의 주가 상승률 상위 업종은 매주 급변하고 있다. 레저·엔터테인먼트→반도체·은행→조선·증권→운송·자동차→통신 순으로 코스피, 코스닥 할 것 없이 그때 그때 강세를 보이는 업종이 빠르게 교체되고 있다. 오름세를 보이는 업종의 주가 연속성도 크게 떨어진다. 대표적인 예로 10월 넷째주(20~24일) 가장 큰 폭으로 주가가 상승했던 레저·엔터테인먼트(SM, YG엔터테인먼트 등) 업종은 이후 하락 반전해 마지막주(27~31일) 1.41% 떨어졌고, 이달 들어서는 지난 3~7일 5.34% 하락하며 오히려 업종별 등락률 최하위를 기록했다.

대형 업종 중에선 지난달 말 반등 흐름을 보이던 은행과 건설이 이달 들어 다시 약세권으로 밀려났다. 그나마 주가 상승세에 연속성이 보이는 업종은 조선 화학 철강 정도에 불과하다.

이같이 특정 업종과 종목이 지속적인 강세를 보이지 못하고 짧은 기간에 급등락을 거듭하는 것에 대해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실적이 개선되고 성장성이 기대되는 업종이 보여야 장기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는데 이런 전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과거엔 순환매할 경우에도 유사 업종으로 옮겨가는 연결고리가 있었는데 아예 다른 업종으로 갈아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가장 크게 하락한 낙폭과대주 중심으로 사들였다가 파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연말까진 주도주 부재 지속”

연말까지는 주도주 없는 게릴라성 순환매 흐름이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업종과 종목별로 우선순위가 정해져야 주도주가 부각되고, 이를 통해 연속성 있는 순환매가 돌아야 점진적으로 주가가 오를 수 있는데 이 같은 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주식전략팀장은 “대형주들의 실적 개선이 이뤄지거나 시장에 유동성이 원활하게 공급돼야 하는데 아직 역부족”이라며 “언제 이 조건들이 충족될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정보기술(IT)과 자동차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익을 내기 힘든 상황이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시장 전체를 보고 매수하고 있진 않아 이 같은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단기적으로 순환매 대상이 될 수 있는 차기 유망 업종으로는 유통과 서비스업이 꼽힌다. 오현석 팀장은 “유통과 서비스업은 순환매 흐름에서조차 계속 소외돼 왔다”며 “정부가 내수부양 정책을 강력히 실행하는 등 지원이 잇따른다면 이 업종들로 순환매 흐름이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희경/강지연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