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미생 '오과장'이 부족한건 入界宜緩
중국 서한(西漢) 시대의 강직한 장수 관부는 상사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았지만, 아랫사람에게는 다정다감하게 대했다. 옹졸하면서도 거만했던 승상 전분은 관부를 눈엣가시로 여기면서 손봐줄 때를 노렸다. 어느 날 술자리에서 사소한 일로 관부와 다툰 뒤 그를 불경죄로 옥에 가두고 처단했다. 관부의 친구들은 생전에 이렇게 충고했다. “윗사람에게 대들면서 아랫사람을 품으려 해서는 안 된다네.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모르면서 그것을 속세에 물들지 않았다고 여긴다면 큰 화를 당할 걸세.”

관부는 바둑의 ‘위기십결’ 중 입계의완(入界宜緩)의 가르침을 몰랐다. 입계의완은 남의 경계를 침범할 때에는 서둘지 말고 형세를 잘 판단해 나아가라는 의미다. 관부는 강직한 성품만 앞세워 상관의 비위를 거슬러 화를 입고 말았다.

《위기십결》은 중국에서 바둑을 일컫는 위기(圍棋)를 둘 때 명심해야 할 십계명을 인생사에 빗대 가르치는 교훈서다. 바둑과 인생에서 이기는 법칙은 크게 공격하고, 방어하고, 나아가고, 물러나는 때를 제대로 알고 행동하는 것이다.

상대를 공격하기 전에 자신부터 돌아보라(攻彼顧我·공피고아), 승리를 탐하지 말라(不得貪勝·부득탐승),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찾아라(捨小就大·사소취대), 위험에 처하면 버려라(逢危須棄·봉위수기) 등 위기십결을 역사 속 인물들의 행적을 통해 소개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