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세 친구가 각각 금펀드, 미국 주식, 미 국채에 같은 금액을 투자했다고 하자. 지금 누가 제일 부자가 됐을까. 정답은 금펀드에 투자한 친구다. 글로벌 펀드평가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기준 지난 10년간의 금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은 157%. 이에 비해 배당을 포함한 S&P500지수의 수익률은 113%다. 미 국채 투자로 얻을 수 있었던 수익률은 70% 안팎. 하지만 지금 시점에선 금 투자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중국과 신흥국가의 폭발적 수요를 기반으로 이어져왔던 원자재 강세장(슈퍼사이클)이 끝났다는 시각이 많은 데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달러 강세를 부추기면서 금 투자에 대한 매력이 줄고 있어서다.
强달러·경기 둔화로 金투자 매력 '뚝·뚝·뚝'
○금 157% vs S&P500 113%

지난 10년간 투자성적표에서 금이 미국 주식을 앞선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증시 회복세가 2011년 상반기까지 가파르게 상승한 금값을 뛰어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4년 11월 출범한 글로벌 최대 금 ETF ‘SPDR 골드 트러스트(GLD)’는 2011년엔 누적수익률이 300%에 달했다.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대거 돈을 풀어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 가까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값은 2013년부터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작년 한 해 동안 금값은 28% 떨어졌다. 이 같은 하락 폭은 지난 30년을 통틀어 최대 수준이다. 반면 미 증시는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금값이 폭락한 지난해에도 배당금을 포함한 S&P500지수 종목 수익률은 32%를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 금값은 연초 대비 1.7% 떨어졌다. 같은 기간 S&P500지수는 12% 상승했다. 미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가 종료되고 내년에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달러가치가 계속 강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금은 달러로 가격이 표시돼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오르면 가격 하락 압력을 받는다. 안전자산으로서의 선호도 역시 낮아진다.

○“금값 온스당 900달러 갈 수도”

12월 인도분 금값은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전날보다 1.1% 오른 온스당 1197.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긴장이 재점화하면서 지정학적 불안감이 확산된 영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금값이 떨어지는 추세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경제의 전반적인 성장 둔화로 금 수요가 줄어드는 데다 미 경제가 ‘나 홀로 성장’을 보이고 있어 달러 가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금융그룹 소시에테제네랄은 “중국의 경기 둔화가 뚜렷하고 신흥국가의 원자재 수요가 위축돼 금값의 의미 있는 가격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소시에테제네랄은 금값이 2017년에는 온스당 90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투자전문회사 티로프라이스의 숀 드리스콜 투자전략가는 “글로벌 투자자금이 쏠리고 있는 미국 증시에 비해 금 투자 전망은 어둡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