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정책 흔드는 포퓰리즘] 신혼부부 임대주택 6년째 미달인데…100만 가구 더 짓자는 野
지난 8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남양주 별내지구(A9블록)에서 공급한 신혼부부 특별공급 임대주택 경쟁률은 0.7 대 1에 그쳤다. 서울과 붙어 있어 수도권 택지지구 중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미달됐다. 지방으로 가면 신혼부부 임대주택 미분양은 더 심각하다. 올 6월 LH가 입주자 모집에 나선 대전관저5지구 1블록 국민임대주택은 신혼부부특별공급 등 우선공급 700가구 중 236가구가 미달됐다. 아직 입주자를 채우지 못해 선착순으로 입주자를 받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내놓은 ‘신혼부부 임대주택 100만가구 공급’ 방안이 정치권 논란을 불러온 가운데 기존 신혼부부 임대주택이 신청 미달로 남아도는 것으로 밝혀졌다. 도시 외곽에서 공급이 주로 이뤄진 탓에 신혼부부들의 선호도가 떨어져서다. 이런 가운데 도심 외곽 택지지구 중심으로 공급을 더 늘리자는 새정치연합의 신혼부부 임대주택 정책은 재원 낭비만 심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혼부부 임대 미달 속출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행 신혼부부 특별공급 제도가 도입된 2008년 이후 신혼부부 국민임대주택(30년 이상 임대)은 지난해까지 매년 신청자 수가 모자라 미분양이 속출했다. 2008~2010년 3년간은 국민임대주택 신혼부부 특별공급 경쟁률이 0.34 대 1에 그쳤다. 10가구 중 6가구 이상이 미분양된 것이다.

공공임대주택 중 가장 물량이 많고 저렴한 국민임대주택은 30%가 신혼부부에게 특별 공급된다. 택지를 매입해 공공임대(5년과 10년 임대)하는 주택이나 민간임대아파트에도 각각 15%와 10%의 신혼부부 특별공급물량이 있다.

2011년부터는 강남보금자리와 위례신도시 등 수도권 인기지역에서 물량이 나오면서 경쟁률이 올라가긴 했다. 그러나 이는 강남보금자리와 위례신도시 등에만 신청자가 몰려 경쟁률이 수십 대 1을 기록한 때문이다. 이들 지역을 제외한 곳은 여전히 지원자 미달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LH 관계자는 “일부 도심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은 신청자 수를 채우지 못해 일반 저소득층용으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가구당 1억원 내외의 비용을 책정한 새정치연합의 신혼부부 임대주택은 현실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非)선호지역에서 물량 위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신혼부부를 포함한 젊은 층의 주거 안정 대책으로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10·30 전월세대책’에 따라 임대주택 공급량을 더 늘려 12만2000가구까지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제자리걸음하는 행복주택

정부는 현재 도시 외곽 택지지구 대신 도심에서 행복주택사업을 추진 중이다.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의 선호도가 높은 도심 역세권 지역 유휴부지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올해 2만6000가구의 행복주택 건설 사업 계획을 승인했고 내년엔 3만8000가구를 추가로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기존 택지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물량이 적은 행복주택도 선호도가 높은 도심 부지를 모두 찾지 못해 도시 외곽 지역으로 밀려나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 송파구 잠실동 등 교통 여건이 뛰어난 곳에선 주민 반대와 높은 건설비용 등으로 사업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물량 위주로 외곽에 임대주택을 지어봐야 자원 낭비일 뿐”이라며 “(신혼부부 100만 임대주택 등) 무리한 정책 목표를 정하면 그동안 시행착오를 거쳐 체계적으로 추진하던 임대주택 공급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