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공포지수' 先物, 파생시장의 도약 기회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된 파생상품이 있다. ‘공포지수’로 널리 알려진 변동성지수선물이다. 변동성지수의 계산은 복잡하다. 크게 보면 이 지수는 국가경제가 어려워질 때 숫자가 커지고 경제가 안정되면 숫자가 작아진다. 이 지수가 공포지수라 불리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제 변동성지수선물이 상장되면, 지수가 오를 때 이익을 보는 매수 투자자와 떨어지면 이익을 내는 매도 투자자가 만나서 시장이 형성되는 흥미로운 상황이 펼쳐진다. 2008년 개별 주식선물시장 개설 이후 이렇다 할 신상품이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6년 만에 새롭게 등장하는 상품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학계와 거래소가 공동으로 산출모형을 개발한 후 2009년부터 실제 변동성지수를 산출하기 시작한 지 벌써 5년이다. 이제 이 지수에 대한 선물이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거래되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또 다른 위기 가능성에 대한 지적들이 나오고 있고 다양한 요소들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변동성지수선물은 이런 위기 가능성을 지수화해 거래 대상으로 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투자상품이고, 이런 상품의 필요성도 자본시장의 구조변화와 맞물려 증대되고 있다.

최근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고 국내 경제도 어렵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코스피지수도 2000선 언저리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답답한 모습이다. 투자자들은 ‘박스피’ 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표현할 정도다. 과거에는 금리가 낮아지면 주식시장 유입 자금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제는 주식시장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이런 경향도 잘 관찰되지 않게 됐다.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2010년 말 약 1236조원이었는데 올 10월 말은 1319조원으로 6.7% 증가에 그쳤다. 흥미로운 것은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파생결합증권 시장규모는 크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ELS 발행규모는 2003년 3조4000억원에서 지난 10월 말 54조원으로 커졌다. 투자자의 관심이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전통적인 상품에서 벗어나 ELS, ETF(상장지수펀드) 등의 파생결합증권이나 구조화상품으로 다양화되면서 이들 복합금융상품의 시장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변동성지수선물 상장은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 이 상품의 상장이 파생결합증권 등 신금융투자상품 개발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파생결합증권은 상품구조상 옵션을 포함하고 있어 이를 발행하는 기관투자가는 변동성의 변화에 따른 위험을 떠안고 있다. 그동안은 이를 헤지하기 위해 장외에서 분산스와프 등의 고비용 상품을 이용해 왔으나, 이제 변동성지수선물을 이용하면 장내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위험관리가 가능해진다.

둘째, 변동성 자체가 새로운 투자대상으로 부각된다는 점이다. 기존 투자 포트폴리오에 변동성지수선물을 편입함으로써 위험관리는 물론, 변동성이라는 대상으로 투자범위가 확대되는 ‘분산투자’로 포트폴리오 수익성 제고가 가능해진다. 자산가격이 움직이는 방향만이 아니라 움직이는 스타일 즉 크게 움직이느냐 부드럽게 움직이느냐에 대해서도 투자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 향후 변동성지수옵션이나, 변동성지수 ETN(상장지수증권) 등 변동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금융투자상품의 등장도 가능해진다.

앞으로 변동성지수선물이 순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유동성이 확보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자를 확보하면서 이들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위한 다양한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변동성지수선물 상장을 계기로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재도약의 기회를 맞이하기를 기대해 본다.

윤창현 <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