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국토부는 시장을 잘못 읽었다
국토교통부는 올초 주택정책의 큰 그림을 ‘공급물량 축소→집값 부양→전세수요의 매매수요 전환’으로 그렸다. 이런 구상 아래 지난해 44만가구에 달했던 주택 인허가 물량을 37만가구로 줄인다는 내용의 주택종합계획을 지난 4월 확정했다. 건설사가 아파트를 70~80% 지은 뒤 분양하면 저리의 건설자금을 지원하는 후분양 지원책도 내놨다. 집값 상승 기대감을 높여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기존 주택시장 침체와 전세난을 한꺼번에 해결한다는 계산이었다.

그로부터 7개월, 국토부는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방안’을 통해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들고 나왔다. 지난해 8만가구이던 임대 물량을 내년엔 12만가구로 늘린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월세 지원을 강조했지만 시장이 주목한 건 연초 방침과 달라진 주택공급 확대였다. 주택시장이 정부의 당초 정책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국토부가 자인한 것이라는 전문가 지적이 적지 않았다.

'전세가율 70%=매매전환' 깨져

사실이 그랬다. 집값이 오르면 전세 수요가 기존 집 수요로 돌아서고 불안한 전세시장도 안정될 것이란 정부 전망은 빗나갔다. 담보인정비율(LTV) 상향 조정 등의 규제 완화로 집값은 반등했지만 세입자들의 주택 구입 전환은 기대 이하였다.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만 갈수록 높아져 서울 시내에서도 전세가율 80% 초과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전세가율 70%=매매전환 가속’이라는 공식도 깨졌다.

정부의 주택시장 진단 실패 이유는 뭘까. 최저 연 1%대로 떨어진 초저금리와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은퇴라는 큰 흐름의 위력을 과소평가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저성장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장기적인 집값 상승이 쉽지 않다는 시장 인식 속에서 상당수 세입자들은 주택을 구입하는 대신 싼 이자의 은행 돈을 빌려 전세살이를 계속하려 한다는 것이다. 반면 금융권을 통한 이자 수입이 줄어든 은퇴자들은 고정 수입을 늘리기 위해 월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월세 수요·공급의 불일치만 심화되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신문 취재 결과 경기 분당 시범단지 7700여가구 중 전세 물량은 10가구도 안된 반면 보증부월세로 나와 있는 물건은 200건에 달했다.

反시장 정책 들고나온 정치권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은 꼬여 있는 주택시장을 풀 대안을 제시하기는커녕 시장을 옥죌 제안을 지난주 던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세입자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전환율 규제(기준금리+연 2%)’ 방안이다. 2년간 거주한 세입자가 한 차례 계약 갱신을 요구하면 집주인이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의 경우 제도 시행 전 임대차계약 해지에 이은 전세보증금 급등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서민 월세 지원, 중산층 전세시장 불(不)개입’이란 국토부 입장은 확고해 보인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까지 나서 “월세는 대세”라고 밝힐 정도다. 그러나 국토부가 놓치고 있는 게 있다.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월세 전환은 대부분 반(半)전세라는 점이다. 전세보증금과 월세 금액 규모가 연동돼 있다는 의미다. 월세 지원과 더불어 민간 전세 물량을 늘리기 위한 전세임대사업자 지원 정책이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한 달 남짓 남은 2014년, 국토부가 올 주택시장을 잘못 읽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울 것 같다.

김철수 건설부동산부장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