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부담 줄이는 음주법…우유 한 잔 마시고 시작, 안주는 과일·조개탕으로
저명한 미국의 심장전문의 로버트 엘리엇은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으로 ‘싸울 수도 없고 도망갈 수도 없으면 흐르는 대로 자신을 맡겨라’고 말했다. 일을 피할 수 없으면 그 일을 즐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술은 일과 달라 피하지 않고 마냥 즐긴다면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은 20%가 위에서, 나머지 80%는 소장에서 흡수돼 간으로 운반된다. 간은 유해물질인 알코올을 분해하는데, 이 과정에서 생기는 대사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는 간뿐만 아니라 여러 장기에 손상을 주고 숙취를 유발한다. 따라서 간 건강에 가장 좋은 음주법과 숙취 해소법은 알코올 흡수를 줄이거나 아세트알데히드 분해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특히 연말 일정이 많이 잡히는 이맘때 알코올 흡수를 줄이고 배출을 돕는 방법을 알아두면 매우 유용하다. 우선 음주 전에 간단한 식사를 한다. 공복에는 알코올이 위 점막을 손상시키고 100% 흡수되지만, 음식물이 있을 때에는 50%까지도 흡수율이 떨어진다. 식사를 하기 어려우면 우유를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되도록 폭탄주를 줄이는 것도 좋다. 폭탄주는 1990년대 미국의 노동자들이 술을 섞어 마시던 데서 유래한 것으로 본다. 한국에도 소주·맥주·양주에 과실주까지 섞어 마시는 폭탄주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폭탄주는 각기 다른 술의 첨가물이 혼합돼 숙취의 주범이다. 탄산가스가 포함돼 있는 음료, 즉 맥주는 소장에서 알코올 흡수 속도를 가속화시킨다. 폭탄주의 알코올 도수는 보통 10~15%로 위·소장에서 알코올을 흡수하기에 가장 최적화된 농도다. 결국 소주나 양주를 마실 때보다 더 순해지기 때문에 개인 주량보다 훨씬 많이 마시게 된다.

물을 충분히 마시면서 대화를 많이 하는 방법을 권하고 싶다. 물은 탈수를 막고 알코올 분해를 돕는다.

물을 많이 마시면 포만감으로 술을 적게 마시게 되고 혈중 알코올 농도가 희석된다. 알코올 분해과정 중 소모된 포도당을 보충해주기 위해 꿀물을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섭취된 알코올의 10%는 호흡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대화를 많이 하거나 노래를 부르면 술이 빨리 깨는 사람도 있다.

안주로는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고단백질이나 비타민 함량이 높은 과일이나 채소를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치킨이나 삼겹살과 같은 기름진 안주는 알코올 흡수를 느리게 해서 술을 많이 마시게 한다. 결국 모두 흡수되고 체중 증가로 지방간 발생을 촉진한다. 매운탕과 같은 위에 자극적인 국물보다는 미역국·조개탕 등 담백한 국물이 좋다.

반복적인 과음은 십중팔구 간질환이나 치매·뇌병증·심근증·췌장염 등을 유발한다. 똑똑하게 술을 마시는 스마트 음주법이 하루 속히 정착돼야 하는 이유다.

안상훈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