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탄 난 무상복지를 놓고 여야 간 네탓 공방이 증세 논쟁으로 옮아가고 있다. 새정치연합이 먼저 증세론에 불을 붙였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엊그제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둘 다 포기하지 않으려면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증세에도 우선순위가 있다며 ‘선 부자감세 철회, 후 증세’라는 기존 당론으로 한 발 물러섰지만, 증세론을 기정사실화로 몰아가는 전략으로도 비친다.

새누리당은 “증세를 언급할 때가 아니다”며 일단 부정적이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증세에 동조하고, 심지어 야당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줘 고맙다는 식의 반응도 있다. 그러니 여야 간 ‘증세 빅딜설’도 모락모락 나온다. 여당의 담뱃세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과 야당의 법인세 인상을 맞교환해 구멍난 복지재정을 메우자는 것이다. 한번 퍼주기 시작한 복지를 줄이기는 어렵다. 정치인들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여야가 경쟁적으로 추진해왔던 무상복지 함정에 걸려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딱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세율을 올리면 세수가 더 걷힐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어리석다. ‘부자감세’는 애초에 있지도 않았다는 통계를 보고도 엉뚱한 소리를 한다. 기획재정부의 ‘세법개정에 따른 세수효과’에 따르면 대기업과 고소득층 세금은 2008년에만 줄었을 뿐, 이후 작년까지 5년 동안 2008년 감소분을 다 메우고도 15조1000억원을 더 걷었다. 감세가 당장의 정부 재정수입을 줄여도 가계 소비와 기업의 투자 여력이 늘면서 세수를 되레 늘린다는 래퍼 교수의 연구보고서 그대로다. 1달러의 증세가 GDP를 3달러 감소시킨다는 로머 교수의 실증 결과도 있다. 그런데도 또다시 정치권은 부자감세 타령이니 어이가 없다.

국가의 조세권 행사가 조폭의 자릿세와 닮았다고 일찍이 맨슈어 올슨 교수는 갈파한 바 있다. 정주형 조폭은 상인들의 사업이 번창해야 자릿세를 더 걷을 수 있으니 신중하게 갈취하는 반면, 이동형 조폭은 다시 올 일이 없으니 약탈적으로 갈취한다는 것이다. 최근 정치권의 증세 논쟁을 보면 조폭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