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4만원…내장산 '바가지 택시' 극성
토요일인 지난 8일 오후 전북 정읍시 내장산국립공원 입구. 단풍철을 맞아 공원 입구는 형형색색의 등산복을 입은 나들이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하루 동안 내장산을 찾은 관광객은 경찰 추산 15만명. 입구 인근은 단풍 나들이를 마치고 시외버스를 기다리는 인파와 택시를 잡으려는 관광객으로 혼잡했다.

정읍시외버스터미널로 가자는 기자의 요청에 한 택시기사는 4만원을 불렀다. 10여㎞ 떨어진 터미널까지 평소 택시요금은 1만~1만2000원 수준. 택시기사는 “기본요금이 인당 1만원”이라며 “네 명이 함께 타든가 아니면 혼자서 4만원을 내라”고 했다. 다른 택시도 마찬가지였다.

대표적인 단풍관광 명소로 꼽히는 내장산국립공원에 택시 바가지요금과 음주 등 무질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달 들어 내장산국립공원을 찾은 나들이객은 하루평균 10만명이 넘는다. 내장산은 빼어난 단풍 경관으로 조선시대부터 ‘조선 8경’으로 꼽힌 곳이다. 당초 내장산의 단풍 절정 시기는 7일께였지만, 기온이 예년보다 높아 1주일가량 늦춰졌다는 게 기상청 설명이다.

나들이객이 몰리다 보니 정읍에서 영업하는 모든 택시가 내장산으로 몰렸다는 게 택시기사들의 설명이다. “단풍철엔 요금을 무조건 인당 1만원씩 받기로 기사들끼리 의견을 모았다”는 얘기도 나돈다. 미터기를 켜지 않은 채 특정 구간을 운행하는 일명 ‘다람쥐택시’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불법이다. 법적 승차 인원인 네 명(기사 제외)을 넘어 다섯 명을 태우고 5만원의 요금을 받는 택시도 있었다. 이 때문에 기사들과 승강이를 벌이는 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바가지요금뿐 아니라 음주와 고성방가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내장산 입구를 지나 내장사 일주문까지 이어진 잔디밭과 계곡 곳곳에서 술판이 벌어졌다. 이들이 버린 쓰레기가 계곡에 널려 있었다. 내장산 입구에 있는 편의점과 슈퍼마켓에선 소주와 막걸리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일주문 입구까지도 좌판을 펼쳐놓은 노점상이 버젓이 영업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등은 이런 무질서를 방치하고 있었다. 앞서 정읍시는 지난달 단풍철을 맞아 경찰과 협력해 노점 단속반과 쓰레기 처리 기동반을 운영하고, 택시와 음식점의 바가지요금을 집중 단속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택시의 불법영업을 눈앞에서 지켜봤음에도 경찰 등은 못 본 체했다. 음주와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를 단속하는 인력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정읍=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