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가업승계, 아름다운 바통터치’ 행사가 열린 전남 여수시 디오션호텔에서 중견·중소기업 기업인들이 머리위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여수=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2014 가업승계, 아름다운 바통터치’ 행사가 열린 전남 여수시 디오션호텔에서 중견·중소기업 기업인들이 머리위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여수=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올해로 6회째를 맞은 ‘2014 가업승계, 아름다운 바통터치’ 행사 키워드는 ‘한국 경제의 뿌리, 대를 잇는 명문 장수기업’이다. 가업을 이어가는 2~4세 경영인과 그 가족 200여명은 행사에 참여해 소통의 자리를 가졌다.

행사장인 전남 여수로 향하는 기차에서 행사가 시작됐다. 31일 오전 8시20분 서울 용산역에서 출발한 KTX 703호차는 구호로 가득 찼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시인인 용혜원 유머자신감연구원장의 구령에 맞춰 “내가 더 움직이면 후대까지 편안하다” “인생은 메아리다. 나부터 잘하자” “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돌리지 못한다. 지금이 중요하다” 등의 구호를 함께 외쳤다.

용 원장은 “공부로는 꼴찌였지만 책을 써서 500만부를 팔았고 교과서에 7편의 시가 실렸다”며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지금 당장은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도 포기란 단어는 생각도 하지 말라”고 했다. 이어 “‘오늘은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최면을 걸듯 자신에게 매일 하다 보면 실제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아용 예방 백신을 만드는 한국백신의 하창화 회장은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고 싶어도 받을 사람이 자격이 없다면 줄 수가 없다”며 “당분간 낮은 자세로 불평 없이 밑바닥부터 시작하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 회장과 함께 행사에 참가한 아들 성배씨는 “대기업에 다니다가 2년 전부터 회사로 들어와 제품 개발 파트에서 일하고 있는데 엄하게 교육받고 있다”며 “남한테 부끄럽지 않고 떳떳하게 사업하라는 게 아버지의 주문”이라고 말했다.

군에서 막 제대한 아들 영훈씨와 함께 행사에 참가한 권상용 나람 대표는 “자기가 하는 일을 왜 하는지 고민하면서 기업인으로서 고민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나람은 기능성 첨가제 등 화학제품 무역 회사다.

참석자들은 오후에는 행사장인 여수 디오션호텔에서 강의를 들었다. ‘독일 히든 챔피언에서 배운다’란 주제로 특강을 한 김영규 기업은행 기업고객본부장(부행장)은 “한국이나 독일이나 경쟁이 치열한 것은 비슷하지만 다른 점은 독일은 경쟁사가 무너지면 자신도 무너진다는 공동체정신과 위기의식이 크다는 것”이라며 “상호 협업이 안 되면 장수 기업이 나오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윤태익 인경영연구소장은 “성격은 바꾸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데 성격이 다른 자식한테 ‘나처럼 하라’고 하면서 경영 승계를 한다면 그 기업은 잘될 수가 없다”며 “자녀에게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잘 알 수 있게 하고 자기답게 살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여수=안재광/추가영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