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선거에서 ‘표의 등가성’을 위해 선거구별 인구편차가 ‘2 대 1’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농어촌 지역의 ‘지역 대표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수도권 의석 집중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중·대선거구제’, ‘석패율제’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독일에서 활용되고 있고, 현행 한국 제도보다 정당득표율이 더 중요하다. 각 정당이 가져가는 총 의석이 전국에서 획득한 정당득표율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현재의 정원이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은 각각 150명으로 조정된다. 선거는 지역구 후보에 1표, 지지 정당에 1표를 주는 1인2표제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A정당이 정당득표율 40%를 기록하고 지역구 100곳에서 승리한다면, 이 정당은 전체 의석의 40%인 120석을 차지한다. 지역구 선거에서 이긴 100명과 비례대표 후보 20명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다. 만약 지역구 당선자 수가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정된 의석보다 많다면, 지역구 당선자는 모두 당선된 것으로 인정된다. 이 경우 국회의원 정원은 300명보다 늘어날 수 있다.

현재의 소선거구제도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거나 ‘석패율제’를 도입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언급된다. 현재 국회의원 선거는 지역구 246명, 비례대표 54명을 합쳐 총 300명의 국회의원이 4년마다 치러지는 총선에서 선출된다. 지역구 의원은 해당 선거구의 최다 득표자 1명만 뽑도록 한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승자 독식 체제로 사표(死票)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중·대선거구제는 현행 지역구를 광역으로 통폐합해 2~3명(중선거구제)이나 4명 이상(대선거구제)을 선출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비교적 소수의 지지를 받는 후보도 당선될 확률이 높아진다. 자연스럽게 사표가 최소화될 수 있다. 군소 정당이나 신생 정당도 의석을 획득할 가능성이 커진다.

새누리당은 중·대선거구제가 자칫 군소 정당의 난립으로 정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대신 ‘석패율제’를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석패율제는 한 후보자가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에 출마하는 것을 허용하고 중복 출마자 중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로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뽑는 것을 뜻한다. 정당의 비례대표 명부 중 특정 번호에 지역구 후보 3~4명을 올려놓고, 지역구에서 당선된 사람은 제외한 뒤 남은 사람들 중 득표율이 가장 높은 사람이 비례대표로 당선되게 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지역구 선거에서 아깝게 낙선하면 비례대표 후보로 당선되게 함으로써 그 정당의 지역대표성을 보완하게 하자는 것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