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재개하기로 30일(현지시간) 합의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EU)의 중재로 지난 29일부터 이틀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협상을 갖고 가스공급 계약에 서명했다. 우크라이나와 주변 EU 국가들은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러시아산 가스를 공급받게 됐다.

이번에 체결된 가스 공급협상 규모는 46억달러(약 4조8635억원)다. 공급 가격은 올해 말까지 1000㎥당 378달러, 내년 1분기에는 365달러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유럽인들이 이번 겨울 추위에 떨 이유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재개한 것은 지난 6월 이후 4개월여 만이다. 러시아는 크림반도 병합 등으로 우크라이나와 갈등을 빚었던 지난 4월 가스 공급가를 1000㎥당 268.5달러에서 485달러로 80% 인상했다. 우크라이나가 이에 반발, 대금 결제를 거부하자 가스 공급을 끊어버렸다.

가스 확보에 차질을 빚게 된 EU는 러시아에 대해 경제 제재로 맞불을 놓았다. 러시아는 루블화가 한때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경제에 직격탄을 맞았다. 외신은 이번 합의에 대해 경제난을 겪고 있는 러시아가 타협을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귄터 외팅어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이번 합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관계가 완화되고 있다는 한 가닥 희망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공동성명을 통해 협상 타결을 환영했다. 두 정상은 “이번 협상 타결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정부와 분리주의 반군 간에 대화가 재개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EU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러시아 가스 대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