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임기 마친 윤종원 IMF 상임이사 "한국 목소리 커진 IMF 이사회…글로벌 '룰 메이커' 역할해야"
“과거에는 한국이 많은 설움을 당했지만 이제는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한국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IMF본부에서 만난 윤종원 IMF 상임이사(사진)는 지난 2년간의 소회를 이렇게 말했다.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청와대 경제비서관을 지낸 윤 이사는 10월 말로 임기 2년의 이사직에서 물러나 호주 쪽으로 넘겨준다. 윤 이사는 “24명으로 구성된 IMF 이사회는 힘이 약하면 설움을 당하는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 그 자체”라며 “과거에는 한국의 주장이 먹히지 않았지만 경제력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한국이 제기한 거시건전성 정책의 필요성을 다른 선진국들이 받아들일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윤 이사는 대표적인 사례로 자본통제 기준을 들었다. IMF는 과거에 자본통제를 반대했는데 2012년 말 한국 정부가 급격한 자본유출이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며 자본통제 조치는 합리화돼야 한다고 주장하자 결국 이를 인정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아시아·태평양지역을 총괄하는 아태국장을 한국인이 맡을 정도로 우리의 위상이 높아졌다”며 이창용 국장의 능력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한국 경제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하지 않았겠냐고 했다. 윤 이사와 이 국장은 인창고와 서울대 경제학과 동기동창이다.

윤 이사는 그러나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경제 성과를 넘어서 좀 더 강하고 세련된 나라를 만들어 글로벌 경제의 질서를 만드는 룰 메이커 역할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9일 IMF본부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올리비에 블랑샤르 수석이코노미스트, 이사진이 참석한 가운데 윤 이사의 환송행사가 열렸다.

윤 이사는 고별 연설을 하면서 “인구구조 변화가 디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문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블량샤르와 이 문제를 놓고 서너 번 격론을 벌였는데 실증이 없다면 인정할 수 없다고 해 실증분석 논문을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의 사례를 실증분석해 인구 고령화가 성장잠재력을 둔화시키고, 특히 물가하락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내용으로 내달 중순께 완성된다고 한다. 윤 이사는 호주의 신임이사가 부임하는 오는 12월 초까지 이사 대행으로 근무할 예정이다. 윤 이사는 1997년부터 지금까지 IMF의 이코노미스트와 한국대표 선임자문관 등으로 총 7년3개월을 IMF에서 일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