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株, 지배구조 개편 2막 열자마자 급등
삼성전자가 사흘 새 15% 가까이 뛰었다.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등 그룹 구조개편 관련주도 일제히 큰 폭으로 올랐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상장을 기점으로 그룹 구조개편 작업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주가를 밀어올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분 매입 선언, 삼성증권 등 일부 삼성 계열사의 자사주 매입 등의 재료도 삼성그룹주 주가 상승에 보탬이 됐다는 설명이다.

◆삼성그룹주 대약진

삼성전자는 31일 전날보다 5.33% 오른 124만40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28일 종가(109만1000원)와 비교하면 상승폭이 14.02%에 달한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 263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유가증권시장 전체 순매수액(2795억원)의 90% 이상을 삼성전자 한 종목에 집중했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 있는 다른 삼성 계열사주도 강세를 이어갔다. 계열사 지분이 많은 삼성생명(4.48%), 삼성물산(5.09%) 등이 이날 일제히 올랐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5월에 이어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국내 증시의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고 보고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 주가가 이미 충분히 조정받은 데다 증시에 이렇다 할 다른 재료도 보이지 않는다”며 “삼성그룹주의 활약 여부가 연말 국내 증시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립리서치 올라FN의 강관우 대표도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과 인적분할 등을 골자로 한 5월의 시나리오가 다시 한번 회자되고 있다”며 “후속 재료가 나올 때마다 주가가 요동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삼성그룹 계열사 주가는 상장을 앞둔 제일모직의 구주매출(대주주 보유 지분 중 일부를 일반인에게 공개 판매하는 것) 참여 여부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렸다. 제일모직 보유 지분 5%를 전부 내놓는 삼성카드는 0.33%, 지분 17% 중 6%포인트를 처분하기로 한 KCC는 3.58% 떨어졌다. 제일모직 상장 후 주가 상승이 예상돼 보유 지분을 구주매출로 미리 털어내면 오히려 손해라는 해석이 주가에 악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반면 삼성SDI 주가는 4.13% 올랐다. 보유지분 8%를 전부 내놓을 것이란 전망과 달리 지분 중 절반인 4%만 매각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구주 매출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삼성전기 주가 역시 3.62% 상승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28% 오른 1964.43으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치고 나갈 힘이 없는 상황에서 삼성그룹주를 사려면 다른 종목을 팔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풍선의 한 곳을 당기면 다른 쪽이 꺼지는 ‘역(逆) 풍선효과’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주가가 많이 뛴 금융주, 소비재 관련주, 배당주 등은 이날 조정을 받았다. 신한지주(-2.33%), 아모레퍼시픽(1.96%), SK C&C(-2.61%)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부각되면서 하락장에서도 견조한 흐름을 보여온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송형석/윤정현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