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과도한 부채와 방만 경영으로 물의를 빚은 공공기관에 대한 중간평가 결과를 내놓았다. 당초 기재부가 기관장 해임건의도 불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던 때문인지 수치상으로는 성과가 없지 않다. 18개 부채중점관리 기관의 부채 감축 규모는 24조4000억원으로 계획보다 4조3000억원을 더 줄였다. 방만경영 측면에서는 38개 중점관리대상 기관 중 37곳이 정상화 계획을 마무리해 5년간 1조원의 비용을 절감하게 됐다. 그렇지만 국민의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실제 평가 내용이 그렇다. 한국거래소는 연 1306만원이던 1인당 복리후생비를 410만원으로 줄여 감축률 1위(68.6%)에 올랐다. 그러나 원래 복리후생비가 많았기 때문에 줄인 금액도 여전히 20개 방만경영기관 가운데 5위다. 광물자원공사가 3만원밖에 못 줄이는 등 10만원 이하 감축에 그친 기관도 4개나 된다. 또 방만경영을 개선했다는 것도 고용세습, 순금 기념품, 퇴직금 가산 지급 등 일반기업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그런데도 발표자료는 ‘성공’ ‘초과달성’ ‘이행’ ‘완료’ ‘긍정적 성과’ 같은 단어로 채워졌다. 자화자찬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정상화의 목표가 국가경제에 엄청난 부담이 되는 공공기관을 대수술하는 것이라는 점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부채를 줄이고 방만경영을 타파하는 것에 한도가 있을 수 없다. 국가채무 490조원은 GDP 대비 34.3% 수준이지만 여기에 공기업 부채 374조원과 군인 및 공무원 연금 충당금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1641조원으로 GDP의 115%나 된다. “국가부채가 순식간에 통제불가능한 수준이 돼 버릴 수 있다”(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경고가 이미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공공부문 혁신은 소신을 갖고 밑어붙이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당장 어제도 민노총과 한국노총이 나서서 ‘공공기관 정상화의 날’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수준까지 가려면 아직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