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미 중앙은행(Fed)이 양적 완화 종료를 선언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총 4조달러나 풀었던 유동성 확대가 6년 만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Fed는 기준금리를 상당기간 현재와 같은 제로금리로 유지하겠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이변은 없었다. 진작부터 예고됐던 만큼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 증시와 환율 금리 등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다행이다.

언젠가는 끝낼 수밖에 없던 일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돈을 푼다고 하지만, 자산가격 거품과 금리·환율 왜곡을 초래하는 등 폐해도 심각했다. 통화가치 안정이라는 중앙은행 본연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Fed 스스로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이라고 불렀던 이례적인 비상조치였다.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봐야 할 것이다.

천문학적 규모의 유동성이 뿌려졌던 만큼 후폭풍도 엄청날 것이다. 당장 금리 환율이 툭하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유럽과 일본은 계속 유로화, 엔화를 대량으로 찍고 있다.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이 금융시장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는 그대로다. 특히 유동성 파티를 즐겼던 신흥국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Fed의 금리인상이 시간문제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Fed는 금리인상 시기가 내년 9월께에서 내년 6월 정도로 당겨질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달러가 미국 내로 환류되면 원자재와 자산가격 거품이 꺼지면서 일부 신흥국가는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이런 위기가 터지면 한국도 자유로울 수 없다.

미 경제 회복이 한국에 반드시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소비 증가가 아닌 제조업의 부활이 미 경제 회복을 견인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셰일가스 혁명에 따른 원가절감으로 더 강해졌다. 한국 기업은 주요 업종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것이다. 이미 가스 및 석유화학업계는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금융위기 때만큼이나 비상한 대응이 요구된다. 유럽경기는 여전히 침체이고, 중국 등 신흥국들은 성장동력이 떨어져간다. 어디를 봐도 모두 어렵다. 골든타임은 지나가는데 준비는 안 돼 있다. 새로운 위기의 시작일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