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사회적 권력 욕구가 황우석 사태 만들어"
이른바 황우석 사태를 다룬 영화 ‘제보자’의 실재 인물인 류영준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는 노벨상, 사회적 권력에 대한 욕구가 희대의 연구조작 사건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30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주관으로 열린 ‘2014 연구윤리 국제포럼’에서 ‘무엇이 과학자를 유혹하는가’를 주제로 기조연설하며 이같이 밝혔다. 류 교수는 한때 황 교수 지지자들의 거센 항의로 오랜 기간 도피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는 기조연설에서 연구 조작의 필요충분조건으로 학문을 다른 용도로 이용할 목적, 연구를 조작하려는 강한 의지, 공공감시시스템이나 동료 학자의 감시 부재, 승진 자금 사회적 권력 같은 구체적 유혹 등을 꼽았다. 류 교수는 “황우석 사태는 이런 조건을 복합적으로 갖췄다”며 “대부분의 연구 부정이 승진이나 자금 유혹 때문에 발생하는데 황 전 교수는 이례적으로 노벨상이나 사회적 권력에 대한 욕구가 강했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간 서울대연구실 연구원으로 일했으며 2005년 황 전 교수의 연구논문 조작과 비윤리적 난자 제공 등의 문제를 처음으로 외부에 알렸다.

이날 포럼에서는 국내외 학자들이 모여 제2의 황우석 사태를 막기 위한 방안 등을 논의했다. 류 교수에 앞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마이클 파딩 영국 서섹스대 의대 부총장은 ‘연구 진실성을 높이기 위한 최근의 동향과 과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앞으로 연구 부정을 막으려면 연구기관 간 국제적 정보공유 합법화, 허용 가능한 수준의 실수 기준 정립, ‘죄에 상응하는 처벌’ 확립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옥주 서울대 의대 교수는 ‘한국의 생명윤리 거버넌스의 변화와 과제’ 발표에서 “황우석 사태로 한국 정부와 학계, 대중은 연구자의 비윤리적 행동과 현대 생명공학의 잘못된 사용이 가져오는 잠재적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