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帝 방어전' 나선 박인비…루이스 기선 제압
‘골프 여제’를 탈환한 박인비(26·KB금융그룹·사진)와 정상의 자리를 빼앗긴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간 숙명의 라이벌전에서 박인비가 압승을 거뒀다.

박인비와 루이스는 30일 대만 타이베이의 미라마르GC(파72)에서 개막한 미국 LPGA투어 푸본 LPGA대만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 첫날 디펜딩 챔피언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과 한 조로 편성됐다. 박인비는 보기 없이 버디 8개를 잡아내며 8언더파 64타로 펑산산(중국)과 2타 차 공동선두에 나섰다. 루이스는 5언더파 공동 7위다.

○랭킹 1위 놓고 자존심 대결

박인비는 지난 27일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랭킹 포인트 11.09점을 얻어 10.86점의 루이스를 2위로 밀어내고 5개월 만에 1위 자리에 다시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루이스가 우승하면 박인비가 2위를 하더라도 랭킹 1위는 다시 루이스의 것이 된다. 루이스가 이번 대회에서 2위를 하면 박인비는 3위를 해야 랭킹 1위를 지키게 된다. 루이스가 3위를 할 경우 박인비는 12위 이내에 들어야 ‘골프 여제’ 자리를 지킨다.

박인비는 대회 시작 전 인터뷰에서 “올 시즌 세계 1위를 되찾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를 달성해 기쁘다”며 “아직 큰 차이가 아니기 때문에 이 대회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루이스는 랭킹 1위를 잃은 것에 대해 “만약 누군가 1위 자리를 차지한다면 (박)인비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1위 자리를 되찾고 싶고 조만간 그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후반 버디쇼로 루이스 제압

2주간 휴식을 취하고 나온 루이스가 전반에 먼저 치고 나갔다. 루이스는 2번홀(파5)에서 이글을 낚은 뒤 6, 7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으며 선두권으로 치고 나갔다. 박인비는 2, 5번홀에서 버디를 낚아 루이스에 2타 뒤졌다.

8번홀(파4)에서 박인비와 루이스는 나란히 그린을 놓쳤다. 두 선수 모두 비슷한 위치에서 2m 파세이브 퍼팅을 남겨뒀다. 루이스는 이를 실패했고 박인비는 ‘퍼팅의 달인’답게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퍼팅감이 살아나기 시작한 박인비는 9번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하면서 3언더파로 루이스와 동타를 이뤘다.

후반 들어 박인비의 퍼팅은 갈수록 루이스의 멘탈을 흔들어 놓았다. 루이스가 12번홀(파5)에서 1m 버디 찬스를 만들자 박인비는 먼 거리에서 버디 퍼트를 먼저 집어넣었다. 15번홀(파4)에서는 박인비가 2m 버디를 성공시키자 루이스는 1.5m 버디 퍼트를 실수했다. 박인비는 14~16번홀 3연속 버디에 이어 18번홀에서도 버디를 낚으며 16번홀에서만 버디를 추가한 루이스에 3타 앞섰다.

○‘올해의 선수상’ 역전 노려

루이스가 세계 랭킹에서 뒤집기를 노린다면 박인비는 ‘올해의 선수상’에서 역전을 노린다. ‘올해의 선수상’ 포인트는 루이스가 217점으로 2위 박인비(187점)에 30점차로 앞서고 있다. 우승하면 30포인트가 주어지기 때문에 박인비가 우승하면 세계 랭킹 1위를 굳히는 동시에 ‘올해의 선수상’도 추월할 수 있게 된다.

유소연은 11번홀(파4)에서 샷 이글을 낚는 등 한때 9언더파 단독 선두로 부상했으나 17번홀(파3) 보기에 이어 18번홀(파5) 더블보기로 3타를 잃고 6언더파 공동 3위로 내려갔다. 3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페테르센은 2언더파 공동 22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말 이 코스에서 열린 KLPGA투어 스윙잉스커츠대회에서 우승했던 리디아 고(뉴질랜드)는 3언더파 공동 16위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