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DB
한경 DB
중국은 미국과 함께 ‘G2’라는 이름으로 세계 최강 대국의 반열에 오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분야에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를 넘어 세계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책마을] 중국, 위험 피하고 잇속 챙기는 '불완전한 강대국'
현대 중국 및 아시아 국제관계의 권위자인 데이비드 샴보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신간 《중국, 세계로 가다》에서 이런 관점에 의문을 제기한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중국은 그렇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 않으며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도 않다”는 것이다.

저자는 중국이 생각하는 자국의 세계적 정체성과 외교 및 세계 관리 체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위상,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입지, 중국의 문화적 영향력과 안보적 위상 등 다양한 측면을 분석한다. 그는 베이징에 체류하며 100명이 넘는 사람과 인터뷰하고 각종 문헌을 조사했다.

샴보 교수는 “중국이 세계 거의 모든 지역과 많은 분야에 활발히 진출해 있지만 다른 국제 사회 참여자들이나 국제적 사안에 대해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체로 중국의 외교 행보는 자국이 직접 관련된 이해관계에만 주력하고 위험을 극도로 회피하려는 경향을 드러낸다”고 지적한다. 외교 무대에서 국제 사회가 공통적으로 지닌 문제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대응한다. 특정한 세계적 현안에 반대 의사를 종종 밝히기는 하지만 적극적으로 지지하거나 주도하는 현안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저자가 본 중국은 ‘특별한 우방국이나 연합국이 없는 외로운 강대국’이다. 그가 파악한 이런 불확실한 행동의 배경엔 다양한 국제관을 지닌 중국인 중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사람들이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역사 문제나 영토 분쟁 등으로 주변 국가와 마찰을 빚는 장면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중국이 모든 국제 문제를 수수방관하는 것은 아니다. ‘공통의 문제를 국제적인 차원에서 집단적으로 관리한다’는 개념인 글로벌 거버넌스 측면에선 중국은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저자는 “중국이 자국을 효과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글로벌 거버넌스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내세운다. 14억명의 국민을 먹고 살게 한 것이야말로 국제 안정에 큰 공헌이라는 의미다. 그는 중국이 다른 개발도상국을 위한 원조와 공적원조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인정한다. 다만 그 규모가 나라의 덩치에 비해 작다고 꼬집는다.

세계 경제에서도 중국을 빼놓을 수는 없다. 저자는 세계적 정보통신(IT) 기업으로 성장한 화웨이나 볼보를 인수한 지리 자동차 등의 사례를 들며 중국이 각종 산업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세계에 진출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세계 각지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데는 현지 정부의 견제와 해당 국가 주민의 반발이 걸림돌이라고 지목한다. 유럽과 미국은 중국이 화웨이의 장비로 산업 기밀을 빼돌리거나 통신을 엿들을 수 있고 해킹할 수 있다는 의심을 품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수많은 인터뷰와 자료 조사를 기반으로 한 냉철한 분석으로 자신의 주장과 논리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이 책은 중국의 경쟁 국가인 미국의 시선으로 쓰였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중국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구체적으로 내놓지 못한 한계는 있지만 적어도 현재 중국이 여전히 불안정하고 변화하는 나라인 점을 이해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