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악마의 편집? 창조의 편집!
1968년 발명된 마우스의 등장은 15세기 구텐베르크의 인쇄 혁명을 뛰어넘는 엄청난 사건이었다. 텍스트는 종이나 타자기에서 좌에서 우로 순서대로 써나가야 했던 선형적인 지식이었다. 마우스는 이런 텍스트의 공간적 한계를 뛰어넘어 ‘날아다니는 생각’을 잡을 수 있게 했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전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에디톨로지》에서 마우스의 발명이 지식과 문화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설명한다. 컴퓨터 시대를 맞아 인간의 의식을 구성하는 방식이 자유로워졌다는 얘기다. 그는 이렇게 차원이 달라진 생각의 방식을 ‘에디톨로지(editology·편집학)’라고 명명한다. 정보의 홍수 시대에 창조적 능력은 편집 능력임을 강조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저자는 많은 천재들의 사례를 들며 그들의 창조성이 어떤 편집 능력에서 유래한 것인지 설명한다. 스티브 잡스는 디지털 기기에 터치라는 인간적인 느낌을 담아낸 아이팟과 아이폰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음악과 영상을 편집해 낸 최초의 지휘자였다. 저자는 “카라얀이 위대한 지휘자인 이유는 클래식 공연을 눈으로 보는 음악으로 담아낸 최초의 뮤직비디오 제작자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공간과 심리학의 편집’이란 개념으로 서양 근대사의 혁명적 변화도 설명한다. 그는 객관성과 합리성으로 대표되는 서구의 과학적 사고는 원근법의 발견에서 출발했다고 말한다. 원근법의 소실점(消失點)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하나의 시각이기 때문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