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100년 전통, 5년동안 싹 바꿨더니
머스크라인은 110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세계 1위 해운기업이다. 덴마크 A.P. 뮐러그룹의 주력사로 1904년 설립됐다. 현재 세계 130개국에 10만4000명의 직원을 두고 지사와 터미널을 운영한다. 보유한 선박이 1000여척, 컨테이너는 190만개에 이른다.

‘해운업계의 골리앗’에도 위기는 있었다. 2000년대 들어 해운 물동량 급증으로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자 해운사들은 앞다퉈 몸집 불리기에 나섰고 가격 경쟁이 벌어지면서 수익이 악화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치자 해운업계는 침체의 늪에 빠져들었다. 머스크라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9년에는 100여년 역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1825일의 트랜스포메이션》은 머스크라인이 2008년부터 5년간 시도한 대변혁 과정과 결과를 집중 조명한다. 이 회사는 이 기간 100여년간 뿌리내린 모든 것을 바꾸는 변혁 작업을 단행했다. 그 결과 분권주의와 고용 보장, 충성심에서 중앙 통제 관리와 성과주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조직문화로 싹 바뀌었다. 변화엔 대규모 인력 감축과 조직원들의 박탈감과 정체성 혼란 등이 수반됐다. 고통은 헛되지 않았다. 세계 해운업계는 여전히 불황과 구조조정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머스크라인은 2012년 2분기 이후 흑자로 돌아섰고 현재 업계에서 독보적인 수준의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회사의 전직 임원이 100여년 된 기업의 동시다발적인 변혁 과정을 극사실적인 세밀화처럼 냉정하게 그려냈다. 변화가 필요하거나 변혁 과정에 있는 기업들에 다양한 시사점을 줄 만한 기록이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