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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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스마트폰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실적 하락으로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30일 3분기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뒤 컨퍼런스콜에서 이례적으로 자책성 발언들을 쏟아냈다.

이날 이명진 삼성전자 IR팀 전무는 "무선사업부(IM) 영업이익이 2분기 연속 하락했다"며 "업체 간 차별화 축소로 프리미엄이 감소하고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급격한 시장 변화가 있었지만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4분기 역시 중저가 제품 판매 확대에도 불구하고 업계 경쟁 증가와 마케팅비 증가 가능성이 여전해, (수익성이)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삼성전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공급망관리(SCM) 능력을 갖춰 적재적소에 제품을 적기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의 대규모 시장과 북미 등의 시장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며 실적 악화의 주 요인이 됐다.

삼성전자가 컨콜을 통해 이점을 인정하고 반성한 셈이다.

실제 이날 발표된 삼성전자 IM부문 영업이익은 1조7500억원으로 2011년 2분기 수준으로 뒷걸음질했다. 전체 영업이익은 4조6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 줄었다.

주가와 관련해서도 "최근 실적 악화로 주가가 큰 폭의 약세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올해 주주 환원 정책은 4분기 실적과 합께 배당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 콧대가 낮아진 것이 확연히 느껴진 컨콜이었다"며 "이전과는 분위기가 달랐다"고 입을 모았다.

컨콜에 참석한 대형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중장기 사업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히는 등 체질 개선에 힘쓰겠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다"며 "회사 경영진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력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가 관련 발언 등 컨퍼런스콜에서 언급된 내용이나 분위기는 사전에 이야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태도 변화는 지난 2분기부터 감지됐다. 지난 7월8일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자세한 설명 자료를 내놓은 것. 삼성전자가 추가적인 설명 자료를 내놓은 것은 2009년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지 5년 만에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3분기 잠정실적 발표 때도 두 개 분기 연속 설명자료를 첨부했다. 이 회사는 투자 편의를 돕는 차원에서 잠정 실적을 밝혀왔지만 확정 실적 때까지는 최대한 실적 관련한 언급을 자제했다.

증권가에선 이같은 태도 변화가 높아진 위기 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적 부진, 주가 약세 등으로 시장에서 '삼성전자 위기'가 고개를 들었다"며 "이에 대한 부담이 경영진에게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지현/강지연 기자 edi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