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파괴 매장 확산된다…경기 침체로 외식 의류 화장품 등 저가 공세 나서
'싸게 많이 팔자'.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외식·의류·화장품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가격 파괴' 마케팅에 나섰다. 가격을 깎아서라도 일단 매출을 올리려는 생존 전략이다.

30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빕스(CJ푸드빌), TGI프라이데이(롯데리아),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미스터피자(MPK) 등 외식 프랜차이즈들은 '반값 할인' 행사를 진행하거나 비슷한 이벤트들을 계획하고 있다.

외식업체만이 아니다. 화장품과 의류 업체들도 중저가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다.

1000원 맥주부터 1만 원 점심 뷔페…외식 브랜드마다 요일별 최대 '반값' 할인
가격 파괴 매장 확산된다…경기 침체로 외식 의류 화장품 등 저가 공세 나서
아웃백은 11월 한달 동안 매주 화요일에는 KT 통신사 할인을 통해 50%, 일요일에는 OK캐시백을 통해 40%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본격적인 연말 모임 등이 많아지는 시기에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이벤트라고 아웃백 측은 설명했다.

빕스는 다음 달 말까지 생맥주 1잔(330ml)을 1000원에 제공한다. 주중, 주말 시간대에 상관없이 샐러드 바 혹은 스테이크 주문 시 이용 가능하다. 또 다음 달 9일까지 매주 일요일마다 SK텔레콤 통신사 회원 50% 할인을 진행 중이다.

TGI프라이데이스는 매주 수요일마다 20% 중복 추가 할인을 벌이고 있다. 또 어린이 메뉴를 1000원에 제공한다. 블랙스미스는 이달 말까지 진행했던 50% 할인과 10만 원 식사권 제공 이벤트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직장인들의 점심 시간 등 특정 시간대 할인을 해주는 외식업체들도 있다.

베니건스는 이달 말까지 종로·압구정점에서 사원증이나 명함을 제시한 직장인에게 일부 메뉴를 1만 원에 제공한다.

미스터피자는 평일 점심에 '9900원 뷔페'를 운영하고 있다.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2시까지 피자와 샐러드, 음료를 뷔페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또 토요일에는 SK텔레콤 통신사 할인을 통해 피자를 50% 할인 판매한다.

압구정역 인근 지역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양재훈 씨(35)는 "매일 점심값이 부담됐는데 최근 외식 브랜드들의 이벤트 할인폭이 커서 동료들과 자주 이용하고 있다" 며 "할인 행사도 좋지만 기본적인 메뉴들의 가격폭이 더 넓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데이 할인에 1+1 행사까지

화장품 업계에서도 시장 포화 속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중저가 화장품인 로드숍 브랜드들은 다양한 할인행사를 펼치고 있다.

대부분 로드숍 브랜드들은 정기적으로 날짜를 정해 할인을 실시하는 '브랜드 데이' 프로모션을 운영중이다. 지난해에는 중저가 브랜드숍 상위 5개사의 연중 할인 일수가 250일을 기록, 2011년에 비해 무려 143일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품목 할인 행사도 함께 실시하고 있다. 품목별로 한 개를 구입하면 정품 한 개를 더 끼워주는 '1+1 할인행사'가 많다.
가격 파괴 매장 확산된다…경기 침체로 외식 의류 화장품 등 저가 공세 나서
최근에는 '노세일 브랜드'를 표방하던 스킨푸드가 출범 10주년을 맞아 주요 제품 할인과 일정금액 제품 구입 시 할인받을 수 있는 '미라클 찬스(온라인 기준)' 프로모션을 벌이기도 했다.

직장인 정명아 씨는 "로드숍 브랜드들의 할인행사가 정기화되면서 정상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하면 손해보는 기분"이라고 언급했다.

가격 경쟁 속 마케팅비가 가중되며 일부 브랜드들의 실적은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의 경우 지난 2분기 63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 올 상반기 영업이익 적자 기조를 이어갔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에이블씨엔씨의 원가율이 1+1 및 할인행사 증가로 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분석했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기업 계열 화장품의 경우 면세사업, 중국 사업 고성장이 돋보였지만 내수 경기는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 이라며 "관광객 수요도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중국인 관광객으로만 쏠려 로드숍 브랜드별 차별화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 더 싸고 빠른 SPA 브랜드가 '대세'

패션업계에선 소비자들이 가격이 저렴한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혹은 고가 패션 브랜드로 갈리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특히 국내 패션시장에서 SPA 브랜드의 힘은 점점 세지고 있다. 지난해 유니클로, 자라, H&M 등 해외 3대 제조·유통 일괄형 의류(SPA) 브랜드의 국내 합산 매출이 전년 대비 30% 고성장, 1조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최근 SPA 시장 포화로 매출 성장세가 다소 둔화되는 흐름이지만 전체 시장 확산 기조는 이어질 것이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각 브랜드들은 채널, 지역 기반 확대 전략을 취하며 매출 성장을 이어갈 계획이다. SPA 브랜드들은 단독 매장뿐 아니라 대형마트, 쇼핑몰 등에 점포를 열고 온라인에서도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자라는 지난달 국내 진출 6년 만에 온라인 쇼핑몰을 열었다.

반면 SPA 브랜드들과 사업영역이 겹치고 가격 경쟁에서 이기기 어려운 국내 중가 브랜드들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사업을 중단한 국내 브랜드는 38개에 달한다.

해외 SPA 브랜드들이 추가로 들어오면서 선택권이 넓어진 점도 고객의 발걸음을 끌어들이는 데 한몫했다. 캐나다 SPA 브랜드 조프레시가 일진그룹의 손을 잡고 지난 5월 국내에 진출했다. 7월에는 일본 패션기업 포인트사의 니코앤드, 로리즈팜이 한국에 첫 발을 디뎠다.

한경닷컴 오정민 / 이민하 / 장세희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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