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이 한국의 과학 행정 철도도시로 성장하게 만든 대덕연구단지 전경.  대전시 제공
대전이 한국의 과학 행정 철도도시로 성장하게 만든 대덕연구단지 전경. 대전시 제공
대전이 과학·행정·철도의 3색(色) 도시라고 불리게 된 것은 1973년 11월30일 대전시 유성구(옛 충남 대덕군) 일대에 대덕특구(옛 대덕연구단지)가 들어서면서부터다. 농촌도시였던 대전에 1978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시작으로 정부출연연구원들이 대덕특구에 입주하기 시작한 이후 현재 출연연을 비롯해 공공기관, 기업 등 모두 1400여개가 입주했다. 이를 발판삼아 대전은 1993년 개발도상국 최초로 과학엑스포를 성공리에 열었다. 1998년엔 관세청 등이 입주한 정부대전청사가 들어서며 행정도시 기틀을 다지기도 했다. 2009년엔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대전에 둥지를 틀며 철도도시로도 위상을 재정립했다. 이에 대전은 현재 과학, 행정, 철도라는 3색이 어우러져 대한민국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대전 창조경제 전진기지로 출범

과학·행정·철도…대전, 대한민국 중심에 서다
SK그룹이 실리콘밸리로 진출할 벤처 성공신화를 목표로 대전에서 창조경제의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전방위 지원사업에 나선 것은 지난 10일. SK그룹은 이날 지역특성에 맞는 맞춤형 창조경제 방향을 제시하겠다며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출범식을 열었다. 삼성그룹이 맡은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이어 두 번째로 확정된 대전 창조경제 사업은 SK가 실질적으로 주도하게 된다. SK가 가진 정보통신기술(ICT)과 에너지 사업 역량을 대전, 세종, 충남지역 특성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는 게 대전 창조경제 사업이다. 이를 위해 SK는 대전시에 876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무료 입주하는 혁신기업들은 SK로부터 팀당 2000만원의 창업준비금을 지원받고 SK의 전문 멘토단으로부터 집중적인 멘토링과 컨설팅을 받는다. SK 관계자는 “450억원 규모의 벤처 육성 펀드 조성도 추진키로 했다”며 “SK 동반성장펀드 중 대전지역에 150억원을 배정하고 300억원 규모의 창업투자펀드를 중소기업청과 함께 조성해 대전지역 창업·벤처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중심 미니 행정도시 대전

과학·행정·철도…대전, 대한민국 중심에 서다
올해로 관세청 등 정부부처 외청 기관들이 대전에 이주한 지 16년이 됐다. 정부대전청사는 대전 둔산동 일대 52만5761㎡(15만9043평)에 1993년부터 1997년까지 5년에 걸쳐 총 공사비 4025억원을 투입, 지상 20층 규모의 4개 사무동과 지상 2층의 부속동으로 지어졌다. 1998년 7월 통계청을 시작으로 특허청 국가기록원(옛 정부기록보존소) 중소기업청 병무청 문화재청(옛 문화재관리국) 조달청 산림청 관세청 등이 입주해 있다. 입주 공무원은 대략 5000여명 수준이다. 정부대전청사가 대전에 둥지를 틀면서 경제·사회·문화적으로 큰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대전발전연구원에 따르면 대전청사 파급효과는 직·간접 생산을 포함한 총 생산유발효과는 5862억원, 지역 내 실질 부가가치는 2882억원으로 분석됐다.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시작한 정부대전청사가 세종시를 견인했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국내 최대 규모의 지식재산서비스 전문기관인 한국특허정보원 특허정보진흥센터가 지난 8월 서울에서 대전으로 본사를 이전하고 업무를 시작했다. 한국특허정보원은 특허·실용신안·상표·디자인과 관련된 산업재산권 심사지원 업무 등을 담당하는 특허청 산하 공공기관이다. 한국특허정보원은 2017년 말까지 대전에 자체 사옥을 짓고 서울에 존치할 필요가 있는 일부 부서를 제외하고 기관 전체를 대전으로 옮길 계획이다. 특허정보진흥센터가 대전으로 이전함에 따라 대전은 특허청, 특허법원, 국제지식재산연수원 등 지식재산 관련기관이 집결한 ‘지식재산도시’로 거듭나게 됐다.

대전발 0시50분 노래의 철도도시 대전

최근 대전시에선 이색적인 세미나가 열렸다. 안필응 대전시의회 의원(새누리당, 동구3)은 ‘대전역 0시50분 축제 개최방안 정책토론회’를 열고 ‘대전역 0시50분 콘텐츠’를 활용한 지역축제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미나에 참여한 문창기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가칭 ‘대전역 0시50분 축제’는 대전역에서 출발하는 0시50분 기차를 소재로 한 ‘기차’와 ‘역’이라는 콘텐츠에 보다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길공섭 동구문화원장도 대전역 축제를 대전발 0시50분으로 기억되는 ‘대전블루스’와 정차시간을 이용한 ‘가락국수’의 추억, ‘근대건축문화유산’으로 남아 있는 근대사 추억을 되살리는 축제로 개발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대전이 기차와 기차역과 가깝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일제강점기 시설인 1904년 초 경부철도 공사가 시작됐고 이 공사에 참여하는 일본인이 대전에 거주하면서 철도도시 기틀을 갖추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10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2009년엔 철도 개통 110주년을 맞아 한국 철도의 대전역사 시대가 활짝 열렸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철도의 날인 2009년 9월18일 철도 트윈타워 준공식을 가졌다. 대전역사 옆에 들어선 높이 150m 트윈타워는 두 기관의 공동 신사옥으로 각각 1개 건물씩 사용 중이다.

2016년 개통 예정인 수서고속철도 본사도 대전 둔산동에 자리잡았다. 철도 관련 본사가 대전에 자리잡으면서 우송대 등 대학에 철도 관련 학과도 생겨났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