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 등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이들을 법률적으로 돕는 공익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일입니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빌딩에서 일하고 있는 김승곤 변호사(사법연수원 42기)는 28일 기자와 만나 국선전담변호사 업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건물 12층과 13층 국선전담법률사무소 ‘프로보노’ 사무실에는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소속 국선전담변호사 43명이 일하고 있다. 지방에서 국선전담변호사로 근무하는 A씨는 “일선 변호사들이 꺼리거나 돈이 없는 이들을 위해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재판에서 선원 12명은 광주지법이 위촉한 국선전담변호사들의 변호를 받았다.

올해로 도입 10년째를 맞는 국선전담변호사 제도에 명암이 교차하고 있다. 국선전담변호사 제도는 법원이 선정한 국선사건만 맡는 변호사를 따로 두는 것이다. 국선전담변호사에게는 형사소송만 배당된다. 피고인이 구속된 때, 피고인이 미성년자일 때, 70세 이상일 때, 농아자일 때, 심신장애의 의심이 있을 때 법원은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 또 빈곤 등의 이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을 때 국선변호인을 선정할 수 있다.

2004년 시범도입을 거친 뒤 2006년 38명으로 출발해 작년엔 197명으로 늘었다. 사법연수원생과 로스쿨생 사이에선 국선전담변호사는 판사 검사 대형로펌 다음 순위로 인기가 높다. 2008년 경쟁률 2 대 1에서 작년에는 4배 이상 높아진 9.2 대 1이었다. 작년 43명 선발에 397명이 지원했다. 이 때문에 사법연수원 성적도 상위 30% 이내에 들어야 된다. 무엇보다 수임과 상관없는 안정적 급여가 강점이다. 국선전담변호사는 월 800만원(세전·경력 2년 이하인 자는 월 600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국선전담변호사 선발이 실질적으로 법원에 맡겨져 재판에서 변호사의 독립성이 제대로 담보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법원은 올해 초 국선전담변호사 62명 중 로클럭 출신으로 26명(41.9%)을 채웠다. 최근 재판장의 지휘권 남용으로 피고인의 권익을 침해한 경우도 발생했다. 서울 소재 법원에 근무하는 김모 판사가 국선변호인 관련 서류를 허위 기재해 지난 7월 대법원에 의해 감봉 4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대한변호사협회가 국선전담변호사 66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33%(23명)가 재판부로부터 38건의 부당한 간섭을 받았다고 답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