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로 보는 재테크] 출산 명당…그리고 병원 분만실
‘여기에 가까이 오지 마라. 네가 서 있는 곳은 신성한 땅이니 신을 벗어라’(출애굽기 3:5)하고 하나님은 모세에게 말했다. 결국 신은 인간에게 똑같은 땅을 용납하지 않았다. 이 말은 성(聖)스러운 공간과 속(俗)된 공간에 대한 이야기다. 성스러운 공간은 실재하는 동시에 힘 있고 신비한 효험과 생명, 번식의 원천 등의 네 가지 요소를 지녀야 한다. 성스러운 것들이 돌연히 나타나면서 더욱 명료해진다. 신인(神人)의 등장, 꿈의 영험함을 통한 자리의 점지, 신비로운 동물의 탄생 등이 그것이다.

서애 류성룡의 어머니 김씨는 경북 의성 사촌마을 사람이다. 16세기 이 마을은 세 명의 재상이 난다는 풍수 명당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출가한 딸들이 이 마을에서 출산하는 것을 금지해 외손에게 그 복이 가는 것을 막았다. 영민한 김씨는 용의 태몽을 꾼 후 임신 사실을 숨긴 채 친정에 머문다. 산달에 들통이 나 친정아버지에게 쫓겨 마을 뒷산 소나무 숲에서 서애를 낳는다. 서애의 울음소리와 함께 뒷동산 소나무가 모두 시들어 죽자 마을 사람들은 서애의 재상됨을 알리는 수순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종교학자 엘리야데가 말하는 성소(聖所)의 네 가지 구색을 모두 갖춘 셈이다.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인물이 태어나는 장소는 성소다. 시쳇말로 명당터다. 생명은 세상과 처음 맞닥뜨리는 찰라에 가장 강력하고 폭발적인 힘으로 주위의 기운을 흡수하고 호흡한다. 그 기운이 평생 사람의 본연지성(本然之性)과 기질지성(氣質之性)에 영향을 주고 인물됨을 만들어 간다고 믿었다.

따라서 선조들은 가장 맑고 정결한 지기(地氣)가 흐르는 장소를 골라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보호했다. 이른바 종가고택들의 산실(産室)이 그곳이다. 서애와 같은 태몽을 가진 퇴계 선생의 경북 안동 온계리 태실이 대표적이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산실은 모두 병원 분만실이다. 생명이 태어나면서 받는 환경의 기운이 도대체가 좋을 것이 없다. 산모에게 낯선 환경, 지독한 소독향, 날선 쇠붙이들의 쏘는 기운, 차가운 공기와 시끄러운 소음, 하얀 페인트 벽은 차치하고라도 땅기운을 제대로 받기 힘들다. 하지만 안전을 위한 대안도 없는 상황에서 처녀지인 두메산골로 들어갈 수도 없는 법이다.

[풍수로 보는 재테크] 출산 명당…그리고 병원 분만실
차선책은 수태환경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생명을 만드는 공간의 성소화 작업은 안방부터 시작된다. 가장 먼저는 불필요한 물건들을 모두 치워 공간을 비운다. 낮 동안 밝은 채광으로 양(陽)한 기운을 채우고 바람의 흐름으로 기운을 돌린다. 침대머리는 동쪽이 좋고 방문이 대각선을 향하도록 한다. 머리 맡 선반과 전자제품은 모두 없애고 배와 다리로 불어오는 바람 길 역시 차단한다. 침대보는 흰색과 푸른색이, 향기는 새콤한 과일향이 좋다.

강해연 < KNL디자인그룹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