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 메카 상하이서 본 'K뷰티' 위상은…
[ 오정민 기자 ] # 21일 중국 상하이 번화가인 난징시루 대로변의 에뛰드하우스(에뛰드) 매장은 현지 여성들로 붐볐다. 앙증맞은 디자인의 제품들이 층층이 쌓인 매대 앞에서 10~30대 중국 여성들은 제품 고르고 있었다. 직장인 리링 씨는 "최근 유행인 색조제품에 관심이 많아 BB크림과 립스틱을 구매한 적이 있다" 며 "팩 제품도 시도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 한국의 명동격인 중국 상하이 화이하이루에 있는 팍슨백화점 1층 고급화장품 매장. 40여개 매장이 입점해 있는 중심부에 설화수 매장이 있다. 우시아오전 설화수 뷰티어드바이저(BA)는 "설화수가 한 달에 50만 위안(약 8600만 원)어치 팔려 화장품 매출 상위 6~7위 권에 올라 있다" 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 20~30대 여성에게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보다 비싼 제품 가격에도 불구하고 중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통상 한국 화장품(아모레퍼시픽 기준)의 중국 판매가격은 물류비, 세금 등이 붙어 국내 판매가보다 15~30% 가량 높다. 하지만 한국 제품에 대한 신뢰도,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한류 열풍 등에 힘입어 매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브랜드숍의 경우 한국과 같이 출혈 할인 경쟁에 돌입하지 않아도 매출 성장세가 양호하다.

에뛰드 관계자는 "멤버십 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한국과 같이 반값 할인 등의 공격적인 할인 행사는 진행하고 있지 않다" 며 "현지에 입문자용 색조 브랜드가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젊은 연령대의 여성을 타깃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 'K뷰티' 중국 여심 공략기

주요 한국 화장품 기업들은 앞다퉈 중화권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한국 시장 내 경쟁이 점차 가열되고 있고, 중국 시장의 성장성이 밝기 때문. 각 기업들은 중국 시장 교두보인 홍콩과 본토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1992년 중국 지사 설립을 시작으로 가장 공격적으로 중화권 사업을 펼치고 있다. 설화수, 라네즈, 마몽드, 에뛰드, 이니스프리 등 일명 '5개 글로벌 챔피언 뷰티 브랜드'를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중이다.

중국 소비 메카 상하이서 본 'K뷰티' 위상은…
이달에는 총 7억5000만 위안(약 1295억 원)을 투자해 세 번째 중국공장인 상하이 뷰티사업장을 완공하는 등 투자에도 적극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사업 매출은 2011년 1909억 원에서 지난해 3387억 원으로 77% 늘어났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중국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올해 전망치 4500억원 기준)인데 이를 2020년 28%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철수한 브랜드 '아모레퍼시픽(AP)'을 중화권 시장에 들여왔다. AP의 경우 일본에서 올해 사업을 접는 대신 다음달 홍콩에 론칭한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AP는 일본 시장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마이너스 성장 기로를 걷는 백화점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등 여러 실수를 빚었다" 며 "홍콩은 중국의 관문인 만큼 앞으로 중국에서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은 중국에서 상하이 법인을 통해 후, 더페이스샵 등의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에는 중국 사업 매출이 전년 대비 88% 급증한 441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기존 마스터프랜차이즈 포샨과 합자법인을 설립, 올해에는 약 700억 원까지 매출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방화장품 후의 경우 최근 국경절 연휴 방한 중국인 관광객(유커·遊客) 화장품 매출 1위(롯데면세점 기준)를 차지할 만큼 중국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브랜드숍들도 선전하고 있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2006년 현지법인을 설립해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최근 3년간 매출이 연평균 60% 이상 증가했다. 올해도 30% 매출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

스킨푸드는 2008년 중국에 진출해 현재 오프라인 매장 293개를 운영하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경우 홍콩에 매장 두 개를 냈다. 본토에선 온라인몰에 입점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 큰 손 '미스왕' 전용상품 잇따라 선보여

각 화장품 브랜드들은 큰손인 '미스왕'을 위한 전용 상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이니스프리는 중국 여성들이 대기오염에 민감하다는 점을 착안, '도시 정화'라인을 내놨다. 불순물을 효과적으로 지우는 클렌징 제품을 출시한 것.

라네즈의 경우 한국에는 없는 '콜라겐 드링크'로 '먹는 화장품' 시장 공략에 나섰다. 라네즈가 보습 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산 제품의 방사능 오염 우려 등이 작용해 자체 매출 순위 3위의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다. 마몽드는 중국 매출의 41%가 현지 전용 제품 매출일 정도로 지역 밀착 기획이 성공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스킨푸드는 지난해 '허니 & 로열젤리 퍼밍 아이크림'을 중국 특화 상품으로 개발했다. 중국인들이 안티에이징 제품에 관심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 제품은 브랜드 자체 중국 온라인 아이크림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는 등 매출 상위 제품으로 등극했다.

채널 전략 역시 '중국 맞춤형'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라네즈와 미샤는 국내에서와 달리 백화점 위주의 입점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샤의 경우 홈쇼핑을 이용해 접근성을 높이기도 했다.

○ 중국 화장품시장 매년 두자릿수 '쑥쑥'

중국 현지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10년 이후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중국 화장품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1.3% 성장한 262억 달러로 집계됐다.

성장하는 중화권의 K뷰티 인기 덕에 만성 적자였던 한국 화장품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서기도 했다.

한국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8월 한국 화장품 무역수지는 1억4766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1∼8월 기준으로 흑자를 기록한 것은 집계 이후 처음이다.

한국 화장품을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는 중국이었다. 올 들어 대중국 수출액은 69.9% 급증한 2억9088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9%, 홍콩·대만을 포함한 중화권까지 포함하면 수출 비중이 55.3%에 달했다.

국제무역연구원의 정혜선 연구원은 "중국 소비자들은 한국 화장품에 대해 '합리적인 가격대의 좋은 품질을 갖춘 피부에 적합한 상품'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며 "중국 정부가 올 하반기 화장품에 부과하고 있는 최대 30%의 소비세를 일부 품목에 한해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요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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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