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명품 사랑, 이 놈 타보니 이해 가네요"
아내와 백화점 구경을 나섰습니다. 아내는 좋아하는 명품 매장에 들어가 갖가지 백을 들어봅니다. 20개월밖에 안 된 딸아이도 백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아내에게 “명품이 왜 좋아?”라고 물었습니다. “품질도 좋고 예쁘잖아”라는, 알듯 말듯한 답변이 돌아옵니다.

그런데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를 타보니 명품을 좋아하는 이유를 약간이나마 알 것 같았습니다. 시승 모델인 디스커버리4 HSE의 가격은 9360만원입니다. 7인승 3.0L 디젤 엔진의 동급 국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들이 4000만원 안팎이니 대략 두 배쯤 되네요.

가격은 일단 명품이지만, 디스커버리4가 단순히 스펙만으로 국산차의 두 배 값어치를 한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최대 출력과 토크는 255마력에 61.2㎏·m/2000rpm으로 동급 국산차들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타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우선 승차감이 굉장히 안락합니다. 공차 중량만 2600㎏에 달하는 육중한 차체를 255마력짜리 엔진이 움직이려면 액셀을 밟을 때 어느 정도 진동이 느껴지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몰아보면 차체 떨림을 거의 느낄 수 없습니다. 많은 SUV들이 액셀을 밟으면 반박자 늦게 탄력을 받지만, 디스커버리4는 반응이 즉각적입니다. 공인 복합연비는 9.3㎞/L이지만 체감 연비는 10㎞/L대로 조금 높았습니다.

디젤 엔진의 약점인 소음도 확실히 잡았습니다. ‘디젤차 치고 조용한 편’이라는 표현보다는 ‘가솔린차만큼 조용하다’고 하는 게 맞을 듯합니다. 아내는 “남편 덕에 그동안 타본 여러 SUV 중에 가장 승용차같다”고 호평했습니다.

겉으로 본 첫인상은 ‘한 덩치 하는군’입니다. 실제 크기는 동급 SUV들과 비슷하지만 각진 스타일 덕에 더 크고 강한 느낌을 줍니다.

제리 맥거번 재규어 수석디자이너는 “자동차 디자인의 성패는 얼마나 극적인 요소를 잘 배치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합니다. 디스커버리4는 굵은 직선을 많이 사용하면서도 범퍼나 헤드램프에는 섬세한 곡선을 넣어 반전의 매력을 살려냈습니다.

디스커버리4는 올해 9월까지 933대가 팔렸습니다. 랜드로버 5개 차종 가운데 1위입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판매량이 20.2% 늘어났습니다. 랜드로버 전체 판매량도 작년보다 43.9% 늘어났습니다. 중형 이보크와 최고급 레인지로버 등이 선전한 덕분입니다.

시승을 마치고 아내에게 “이 차를 타보니 명품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스마트폰으로 차값을 확인해보더니 대뜸 “오빠는 명품 몰라도 돼”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