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428i를 모는 직장인 박명원 씨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여자 친구와의 저녁 데이트를 준비한다. 오늘은 서울 대학로에서 공연을 보고 성북동에서 늦은 저녁을 먹을 예정이다.

박씨는 BMW 홈페이지에 로그인해 ‘커넥티드 드라이브’를 클릭한다. 목적지들을 내비게이션 메뉴에 추가하고, 차 안에서 들을 음악 파일들도 골라 담아둔다. 퇴근 후 차에 타니 낮에 작업했던 결과들이 고스란히 차량에 옮겨져 있다. 박씨는 여자 친구와 즐거운 음악을 들으며 스마트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빠른 길을 따라 편안한 데이트를 즐긴다.’
스마트카의 진화…손끝으로 通한다
박씨의 즐거운 데이트를 도와준 ‘커넥티드 드라이브’는 BMW가 지난 5월 국내에 도입한 텔레매틱스 서비스입니다. 텔레매틱스는 통신(텔레커뮤니케이션)과 정보과학(인포매틱스)를 합한 말입니다. 자동차와 무선 통신망을 결합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죠.

카앤조이가 직접 체험해 본 BMW의 커넥티드 드라이브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위급 시 긴급출동 서비스였습니다. 사고로 에어백이 터지거나, 운전자가 SOS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BMW 콜센터에 연결됩니다. 콜센터는 상담원이 운전자와 통화하는 동안 위성항법장치(GPS)로 차량 위치를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합니다. 사고로 운전자가 정신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콜센터에서 전화를 끊을 때까지 연결이 유지됩니다.

텔레매틱스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시동과 에어컨·히터를 조종할 수도 있고, 차량의 자가 점검 결과를 차주에게 알려주기도 합니다. 차 안에서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쓸 수도 있습니다. 차량 안을 무선인터넷(와이파이) 공간으로 만들어 주는 ‘핫스팟’ 서비스도 최근 텔레매틱스 서비스에 추가되고 있습니다.

북미와 유럽에는 이 같은 텔레매틱스 서비스가 많이 보급돼 있다고 합니다. 텔레매틱스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포드의 SYNC는 음성으로 음악 선곡과 핸즈프리 전화, 차량 내부온도 조절 등을 할 수 있고, 운전자에게 온 문자메시지를 음성으로 바꿔 읽어주기도 합니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장착한 차량이 작년 2000만대에서 2017년에는 540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내에선 수입차 가운데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가 이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국산차 업체들은 그동안 꾸준히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시도해 왔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빠른 길을 알려주는 스마트 내비게이션 수준의 서비스가 대부분이었죠. 그러나 현대자동차가 기존 서비스였던 ‘모젠’을 중단하고 2012년 4월 시작한 ‘블루링크’ 서비스는 스마트 컨트롤, 긴급 상황 시 콜센터 자동 연결 등 첨단 텔레매틱스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어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텔레매틱스 서비스는 정보기술(IT) 업계의 맞수인 애플과 구글이 격돌하면서 더욱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애플은 지난 3월 ‘카플레이’ 서비스를 공개했는데요, 아이폰 기능을 차량에 대부분 구현한 것이 특징입니다. 현대·기아차와 BMW,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이 카플레이를 지원하는 차량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구글은 지난 6월 텔레매틱스 서비스 ‘안드로이드 오토’를 선보였습니다. 구글의 지능형 검색서비스 ‘구글나우’를 차량용으로 개선해 운전자가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개인 데이터를 분석해 자주 가는 길 안내, 음악 선곡 등을 자동으로 해줍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