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마의 해 2014년 현지시간으로 10월 23일 오후, 미국 등지에서 태양-달-지구가 일직선에 서면서 생기는 부분일식이 진행됐습니다. 부분일식은 지구에서 봤을 때 태양의 일부가 달 그림자에 가려 그 부분이 까맣게 보이는 천문현상을 일컫습니다.

가리지 않는 해의 모습이 마치 초승달 또는 미국 애플사의 로고인 ‘한 입 베어 문 사과’ 처럼 바뀌었다고 하지요. 미국항공우주국 NASA는 며칠 전부터 관측 방법을 홈페이지 메인기사로 걸어놓고 손님을 끌고 있는데요. 아래는 NASA가 트위터에서 공개한 관측 이미지[캡처]입니다.
/10월 23일부분일식=NASA트위터 캡처
/10월 23일부분일식=NASA트위터 캡처
여담이지만 이 시간 북미지역에서 나타난 부분일식은 동양에서 주로 쓰는 ‘음력 이벤트’를 축하는 듯 여겨집니다. 한국시간으로 되돌아와 오늘 10월 24일은 어제 ‘상강’을 마지막날로 지나간 음력 9월을 되풀이하는 ‘윤달’의 시작일 [윤9월 초하루] 입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청춘들이 연애의 결실인 결혼식의 날짜를 10월 중순 이전에 집중적으로 잡기도 했습니다. 확인 불가능한 ‘이상한’ 풍문과 음력으로 따질 경우 자신 ‘결혼기념일’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탓입니다.

반면 조상묘지를 옮기는 이장이나 나이 드신 어른의 수의를 윤달에 많이 마련해 둔다는 유통업계발 뉴스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사실 현대인들은 이처럼 “윤달”이란 뉴스 정도가 나와야 달력에 눈길을 주는 정도지 음력 날짜에 대해선 무관심한 편입니다. 물론 약간 나이 먹은 사람들은 아직도 음력 생일을 따지고 있습니다만.

역법 계산을 통해 달력에다 윤달을 설정하는 기관인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3월에 이어 2년 만에 찾아온 이번 윤 9월은 숫자에서 흥미로운 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우선 이번 세기, 21세기 들어 가장 늦은 윤달로 불립니다. 실제 서력기원 2000년 이후에 든 윤달을 살펴보면 2001년 4월, 2004년 2월, 2006년 7월, 2009년 5월, 2012년 3월, 2014년 9월로 나타납니다. [차후예정년 2017년 5월, 2020년 4월, 2023년 2월, 2025년 6월, 2028년 5월, 2031년 3월, 2033년 11월]

지난 20세기, 1900년 이후 9월에 윤달이 든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특히 윤9월은 이 때 이후 두 번째로 늦은 달에 든 윤달로 꼽힙니다. 1900년 윤팔월 이후 올해까지 총 43번의 윤달에서 가장 늦은 시기는 30년 전인 1984년 10월 [윤시월 초하루는 양력으로 11월 23일]이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20세기 윤달= 1900년 8월, 1903년 5월, 1906년 4월, 1909년 2월, 1911년 6월, 1914년 5월 1917년 2월, 1919년 7월, 1922년 5월, 1925년 4월, 1928년 2월, 1930년 6월, 1933년 5월, 1936년 3월, 1938년 7월, 1941년 6월, 1944년 4월, 1947년 2월, 1949년 7월, 1952년 5월, 1955년 3월, 1957년 8월, 1960년 6월, 1963년 4월, 1966년 3월, 1968년 7월, 1971년 5월, 1974년 4월, 1976년 8월, 1979년 6월, 1982년 4월, 1984년 10월, 1987년 6월, 1990년 5월, 1993년 3월, 1995년 8월, 1998년 5월]

1984년의 윤시월 보다 더 늦은 윤달이 설정되는 년도는 19년 뒤인 2033년이 지적됩니다. 그런데 이 해 윤달 [11월-윤십일월 초하루는 양력으로 12월 22일]의 경우 전통으로 내려온 우리 옛말을 무색하게 하는 내용을 포함해 시선집중입니다.
/10월 8일 개기월식의 보름달=한경닷컴 DB
/10월 8일 개기월식의 보름달=한경닷컴 DB
가령 이는 음력 11월, 즉 동짓달에 윤달이 들어선다는 뜻인데요. 옛 속담에 “윤동짓달 초하룻날 빚을 갚겠다”는 거짓말과 동의어로 쓰였다고 합니다. 이는 동짓달 윤달이 거의 들지 않는데서 비롯했습니다.

이처럼 윤달을 두는 이유는 양력과 음력의 차이로 인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지요. 예컨대 보름달에서 보름달이 되는 이른바 ‘1삭망월 朔望月’은 29.53059일입니다. 태양력 1년은 365.2422일이고요.

때문에 음력으로 1년 12달은 1태양년보다 11일 가량 짧습니다. 그래서 평균 3년에 한 달, 19년에 7번 정도의 윤달을 둬 보정합니다. 이 걸 안두고 그냥 가면 17년 후엔 음력 5, 6월에 눈 (오뉴월에 여자가 한을 품으면 서리가 내린다는 속담이 있습니다)을 구경하는 황당한 상황에 처한다는 지적입니다.

19년에 7차례 윤달을 설정하는 방식은 기원전에 개발된 19태양년 = 365.2422일×19 = 6939.6018일, 235삭망월 = 29.53059일×235 = 6939.6887일에서 유래한다는 천문학계의 설명입니다.

사실 19년에 7차례 넣는 윤달은 시기를 종잡을 수 없다는 분석입니다. 왜일까? 까다로운 원칙 때문입니다. 이름 하여 ‘무중치윤법 無中置閏法’입니다. 이는 “24절기節氣에서 중기中氣 없는 곳에다 윤달을 둔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24절기는 천구에서 태양이 움직이는 길인 황도를 스물 네 등분해 태양의 위치에 따라 이름을 붙인 것을 일컫습니다. 이걸 또 반씩 나눠 하나는 ‘절기’ [달과 달 사이의 마디= 입춘 경칩 청명 입하 망종 소서 입추 백로 한로 입동 대설 소한]라고 합니다. 다른 것은 ‘중기’ [그 달의 중심 = 우수 춘분 곡우 소만 하지 대서 처서 추분 상강 소설 동지 대한]라고 부릅니다.

절기와 중기는 그 순서에 따라 15일 간격으로 번갈아 가며 달력에 올립니다. 그런데 음력의 경우 ‘1삭망월’이 29.53059일이다 보니 절기나 중기 중 하나가 빠질 때가 생깁니다.

이럴 경우 무중치윤법에 따라 ‘중기’가 없는 달에 앞선 달의 이름을 딴 윤달을 둔다는 얘깁니다. 2014년 윤달인 오늘 10월 24일부터 11월 21일 사이 절기인 ‘입동 [11월 7일]’은 있으나 중기가 없는 이유입니다.

무중치윤법에 따라 윤달을 설정하다 보면 ‘하지 [음력 5월]’를 전후한 달에 윤달이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겨울철 [음력 11월, 12월, 1월]엔 한 달에 1절기 2중기 또는 2절기 1중기가 들기도 해 좀처럼 윤달로 될 수가 없다는 과학자들의 해석입니다. 앞서 거론한 “윤동짓달 초하루에 빚을 갚겠다”는 속담이 거짓말과 동의어인 배경입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