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미스터리] 사건의 재구성…8월 31일  외환銀에 대출금 못갚아
무역보험공사(무보)와 은행들이 내준 모뉴엘 대출에 처음 이상이 생긴 것은 지난 8월31일이다. 무보 보증을 담보로 나간 외환은행의 대출금 1270만달러가 만기인 이날까지 상환되지 않은 것이다. 무보가 이 대출 건에 해준 보증은 만기가 지나도 두 달까지는 연체 처리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외환은행 담당자는 만기 후 한 달이 다돼 가는 지난달 25일까지 돈이 들어오지 않자 바로 무보에 이를 알렸다. 이 상황이 발생하기 전까지 모뉴엘은 결제대금이 연체된 일이 없는 우량업체였다.

무보는 이달 1일 모뉴엘에 전화를 걸어 결제 지연 이유를 물었다. 이에 모뉴엘은 “거래 대상인 수입사에서 제품 하자를 이유로 결제를 미루고 있다”며 “일반적인 경우니 조금 더 기다려달라”고 설명했다. 설명이 불충분하다고 느낀 무보는 모뉴엘 측에 제품 하자에 대한 수입사 이의 제기가 명시돼 있는 관련 서류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모뉴엘은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못했다.

단순 결제 지연이 아닌 신용위험일 수 있다고 판단한 무보는 지난 13일 모뉴엘에 대출을 해준 은행들에 보증서 매입을 중단하라고 통보했다. 더 이상 무보 보증서를 담보로 모뉴엘에 대출을 해주지 말라는 뜻이다. 은행들은 그제야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우량한 수출업체로만 생각했던 모뉴엘에 문제가 생긴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뉴엘은 은행들의 상상을 뛰어넘어 20일 갑자기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22일 한국경제신문 보도를 보고 모뉴엘의 법정관리 신청을 안 무보와 은행들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산업은행과 외환은행 등 일부 은행은 기한이익상실 처리를 결정하고 모뉴엘 대출금 대부분을 당장 회수키로 했다. 외환은행이 내준 대출금 1270만달러는 아직 상환되지 않고 있다.

3300억원에 달하는 무보 보증을 두고 은행들과 무보의 책임공방도 시작됐다. 은행 측은 무보 보증서를 보고 대출해준 만큼 무보가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무보는 기본적으로 거래 당사자는 은행과 기업인 만큼 은행이 보증서만 믿고 검증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