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미래 바꿀 핵심기술 찾아라"…구본무의 4조 프로젝트 가동
LG사이언스파크’는 LG그룹의 미래를 결정하는 연구개발(R&D)의 중핵 역할을 하게 된다.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선 R&D 역량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해 온 구본무 LG 회장의 의지를 담은 프로젝트로, 총 4조원을 쏟아붓는다.

LG는 2020년까지 이곳에 첨단 융복합 연구단지를 짓고 LG전자, LG화학, LG생명과학 등 10개 계열사 2만5000명의 연구인력을 집결시켜 LG의 미래를 이끌 핵심 원천기술과 융복합 연구를 진행한다는 전략이다.

구 회장도 이날 “기분이 좋다”고 기공식 소감을 밝히며 “(사이언스파크는)전자, 화학, 통신, 그리고 에너지와 바이오 등 다방면의 두뇌들이 모여 창조적 혁신을 추구하는 우리나라 최대 융복합 연구단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트윈타워 2배 면적

LG사이언스파크는 일단 규모 면에서 국내 연구단지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부지 면적만 약 17만㎡(5만3000평)로 축구장 24개 크기와 맞먹는다. 2017년까지 1단계, 2020년까지 2단계로 지상 9~10층짜리 연구동 총 18개가 들어선다. 건물 연면적 합계는 축구장 152개 넓이와 맞먹는 111만㎡(33만7000평)에 달한다. 이는 현재 LG그룹 최대 R&D 기지인 LG전자 서초동캠퍼스의 9배, LG그룹 본사인 여의도 LG트윈타워 연면적의 2배 크기다.

2020년 이후 이곳에 상주하게 될 연구인력 2만5000명은 현재 LG그룹 전체 R&D 인력 3만3000명의 75%에 해당하는 숫자다. 그룹 R&D 인력 대부분을 이곳에 모으겠다는 의미다. LG는 사이언스파크 주변에 외국 손님들을 맞을 수 있는 비즈니스 호텔을 짓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도 단일 그룹이 이처럼 방대한 연구단지를 조성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한국판 하이테크캠퍼스’

LG사이언스파크의 핵심 임무는 LG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이다. LG 측은 “1~2년 내 승부를 봐야 하는 제품은 기존 연구소에서 진행하고 사이언스파크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핵심 원천기술과 융복합 연구를 책임지는 식으로 역할 분담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는 현재 전국에 30개가량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단기간에 상품화가 필요한 연구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연구인력은 마곡 사이언스파크로 모을 방침이다. 또 완공 시점인 2020년 이후에는 신규 연구인력도 대폭 충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나노기술(NT), 친환경기술(GT)을 아우르는 융복합 연구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구상이다.

구 회장도 이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신흥국 추격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예전의 성공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창의적 발상으로 획기적인 고객 가치를 만들어야 새로운 도약, 발전이 가능하다”고 융복합 연구를 강조했다.

LG의 이 같은 시도는 네덜란드의 대표적 융복합 단지인 하이테크캠퍼스(HTCE)와 닮은꼴이다. 에인트호번에 있는 이 센터는 75개국 125개 기업 연구소 인력 1만명이 모여 융복합 연구를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만 마곡 사이언스파크는 단일 그룹의 융복합 연구단지라는 게 차이점이다.

지리적 위치로도 유능한 인재를 유치하기 안성맞춤이다. 서울 여의도 LG그룹 본사와 승용차로 20분 거리인 데다 인천공항과도 가까워 해외 연구인력과의 교류에 유리하다.

LG는 2011년 서울시가 마곡지구 토지를 분양할 때 대기업 용도로 배정된 부지 23만㎡를 모두 사겠다고 신청할 만큼 의욕적이었다. 구 회장도 평소 “마곡에 최고의 근무 환경을 조성해 연구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주용석/남윤선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