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의 '환골탈태'…에볼라치료제 개발社로
디지털카메라에 밀려 ‘뒷방 신세’로 전락했던 일본 후지필름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제약 자회사인 도야마케미컬이 지난 3월 일본에서 감기 치료제로 승인받은 ‘아비간’이 에볼라 치료제로 효력을 발휘하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필름시대 종료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한 후지필름이 과감한 사업 다각화로 환골탈태하고 있다”며 “변화에 더딘 일본 기업에 자극을 주는 사례”라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비간은 감염 세포 내 바이러스성 유전자에 침입해 복제를 방지하는 기능을 한다. 이 기능은 최근 에볼라, 웨스트나일, 마르부르크 바이러스 등 치사율이 높은 다른 병에도 효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증명됐다. 에볼라에 감염됐던 프랑스 간호사는 아비간을 처방받고 이달 초 완쾌했다. 프랑스와 기니 정부는 다음주부터 이 약의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후지필름의 제약 자회사는 현재 2만명 분량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내달부터 증산을 시작한다.

후지필름의 '환골탈태'…에볼라치료제 개발社로
아비간이 에볼라 치료의 새 역사를 열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후지필름 주가는 지난 8월 초보다 16% 상승했다. 올 4~9월의 세전 이익도 아비간 판매 증가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후지필름의 혁신을 주도한 인물은 2003년 취임한 고모리 시게타카 최고경영자(CEO·75·사진)다. 당시 후지필름은 아날로그 필름 수요 급감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고모리 CEO는 취임 직후 제약, 화장품 등 헬스케어를 주력으로 하는 6개 신성장동력 사업을 선정하고 자회사 설립에 나섰다. 뼈를 깎는 대규모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2006년과 2009년에 걸쳐 1만명을 감원하고 구조조정 비용으로 33억달러를 썼다. FT는 후지필름이 필름화학 기술과 중첩되는 노화방지 화장품 분야에 적극 진출하고, 중견 제약사를 인수하는 등 과감한 결단을 내린 덕분에 예상 밖의 실적을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제약, 화장품, 의료장비 등 후지필름 헬스케어사업은 전체 매출(2조4000억엔)의 16%를 차지한다. 복사기와 사무용품 다음으로 큰 비중이다. 후지필름은 2018년까지 이 사업 매출을 현재의 세 배인 1조엔으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