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표 '반값 3탄'…이번엔 '반값 기숙사'
서울시가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반값 기숙사 설립을 추진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이 취임 직후 내놓은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과 반값 식당에 이어 세 번째 반값시리즈 정책이다.

시 고위 관계자는 “프랑스 파리 국제대학촌과 경북 경산 영남대의 ‘경북글로벌교류센터’를 벤치마킹해 서울 도심에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기숙사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며 “민자 기숙사에 비해 저렴한 반값 기숙사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23일 말했다.

파리 국제대학촌은 1920년대 조성된 다국적 기숙사촌으로, 140여개국 1만2000명가량의 학생이 거주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프랑스로부터 부지 2600㎡(약 115억원)를 무상 제공받아 유학생들을 위한 한국관을 2018년까지 조성할 예정이다. 부지 외 건축비는 각 국가에서 부담한다.

경북글로벌교류센터는 교육부와 경북 경산시, 영남대 등이 협업해 지은 첫 번째 글로벌교류센터다. 기숙사비는 기존 민자 기숙사비(월평균 32만원)의 절반도 안 되는 월 12만원으로, 국내 첫 번째 반값 기숙사다.

박 시장은 경북글로벌교류센터가 문을 연 지난달 17일 “서울에도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반값 기숙사 건립을 검토하라”고 담당 부서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희천 서울시 외국인다문화과장은 “사업 부지와 예산은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검토과정을 거쳐 이르면 연말께 추진 계획을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의 세 번째 반값시리즈 정책인 반값 기숙사가 성공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시는 2011년 보궐선거 당시 박 시장의 반값 등록금 공약에 따라 2012년부터 서울시립대에 연간 18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시립대 평균 연간 등록금은 238만원으로, 다른 국·공립대(416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반면 박 시장이 시립대 반값 등록금에 이어 두 번째로 내놓은 반값 식당은 지역 상인들의 거센 반발로 백지화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2월 시내 곳곳에 저소득층을 위한 대형 저축식당(반값 식당)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영세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반발에 부딪혔다. 서울시는 결국 지난해 9월 정책을 백지화했다.

시 고위 관계자는 “반값 식당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서울 주요 대학 및 지역 숙박업 종사자들과 사전 협의를 거쳐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