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게임 개발 하고 싶어" 700여명 몰린 엔씨소프트 채용 설명회
“게임 규제 상관 없어요. 나중에 게임 회사가 망해서 없어진다고 해도 지금은 하고 싶은 게임 개발을 하고 싶어요.”

지난 9일 경기 판교테크노밸리 엔씨소프트 본사에서 열린 ‘본사 초청 채용 설명회’에 참여한 홍익대 게임소프트웨어학과 4학년 최승호씨는 “학교에서 게임 개발에 대해 배웠지만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현직에서 일하는 개발자들에게 생생한 얘기를 직접 듣고 싶어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달 13일부터 24일까지 신입 사원 입사지원서를 받고 있는 엔씨소프트가 입사 희망자를 위해 개최한 이번 채용 설명회에는 700명 가량이 몰려, 지난해부터 계속된 정치권의 게임 규제 논란에도 아랑곳 없이 게임회사 입사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서울대 정보문화학과에 재학 중인 한 여학생은 “대학에 들어와 게임에 관심을 가지게 시작해 지금은 게임 기획을 공부하기 위해 출시되는 게임을 대부분 해보고 있다”며 “모바일게임 보다는 역할수행게임(RPG)이나 어드벤처처럼 하나의 세계관 속에서 경험을 하는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에 엔씨소프트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했다.

◆700명 몰린 본사 초청 채용 설명회

본사 초청 채용 설명회는 엔씨소프트가 판교로 사옥을 옮기고 나서 두번째 열리는 행사다. 인터넷을 통해 참여를 신청한 700여명은 이날 조를 나눠 사내 투어, △게임 개발 △서비스 플랫폼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게임 기획 △마케팅 등으로 구성된 직무별 간담회, 공채 선배와의 대화를 돌아가면서 경험했다.

특히 지하 대강당에서 열린 엔씨소프트 공채 선배와의 대화에서는 격의 없는 질문과 답이 쉴새 없이 오갔다. 엔씨소프트에서 개발과 기획 등을 담당하는 젊은 직원들이 참석해 “게임 관련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학원도 나녀야 하느냐”는 입사 희망자의 질문에 “게임 개발을 공부한다면 따로 학원까지 다닐 필요는 없다”며 “오히려 게임에만 너무 집중하다보니 컴퓨터와 프로그래밍의 기본을 자세히 배우지 못한다는 얘기가 있는 만큼 이런 기본기에 충실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을 건넸다.

“만들고 싶은 게임이 있는데 신입으로 들어가서 그런 것을 개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전문 지식이 필요하고 할일이 태산이라 막연한 아이디어만 갖고 혼자 게임을 만들 수 없다”며 “주어진 일을 하면서 실무를 익히다보면 시간은 걸릴 수 있지만 언젠가는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입사 희망자들은 그럴듯한 좋은 얘기보다는 솔직한 얘기를 듣고 싶어 한다”며 “이 때문에 입사 5년차 내의 젊은 직원들이 질문에 답을 해주는 시간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게임에 대한 열정 보여줄 수 있어야”

정대훈 엔씨소프트 인적자원(HR) 지원실장은 “본사 초청 채용 설명회에 참석한 사람이 작년보다 100명 정도 늘었다”며 “지난 1년 동안 판교 사옥이 많이 알려졌고 야구단을 통해 부모들이 엔씨소프트라는 기업을 알게 된 효과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엔씨소프트와 다른 대기업에 동시 합격하면 부모들이 대기업으로 가라고 말했지만, 이제는 엔씨소프트가 단순히 조그만 게임사는 아니란 것을 알게 됐다는 얘기였다.

올해 신입 사원 채용 규모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40~50명 내외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선발 직무별로 다르지만 엔씨소프트의 경우 대체로 100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뽑는 인원이 적은 것도 이유지만 국내에서 개발력이 가장 뛰어난 회사라는 인식 덕분에 많은 지원자가 몰리기 때문이다.

정 실장은 “워낙 경쟁률이 높다보니 한번에 붙기가 쉽지 않다”며 “하지만 끊임없이 엔시소프트의 문을 두드린다면 채용 담장자로서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한 직원은 남들보다 스펙이 떨어져 인턴에 계속 떨어졌지만 세번째 도전에서 인턴이 될 수 있었고, 두 달 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나중에 진행된 공채에서 선발될 수 있었다.

개발 직군의 경우 학점 또는 스펙보다 개발 능력이 가장 중요시된다. 엔시소프트 개바라자 중에는 고졸이나 초대졸 출신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 실장은 “전형과정에서 최대한 많은 지원자가 면접까지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스펙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게임과 게임 산업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잘 보여준다면 실무와 임원 면접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