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013년 한 케이블TV채널이 제작 방영한 21부작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방송가에 큰 파장을 불렀지요. 종영방송의 시청률이 10%를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드라마의 제목에 붙은 1994년은 2014년으로 따지면 20년 전이 됩니다. 그해엔 기억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대형 사건이 잇따르기도 했고요. 엊그제 (10월 21일) 희생자들의 위령제를 지낸 성수대교붕괴사고, 북한 김일성 주석의 사망 (7월 8일) 등이 대표적으로 꼽힙니다.

이 같은 정말 큰일 틈바구니에 묻혀 사람들의 큰 기억으로 남아 있지는 않지만 1994년은 조선의 도읍이 한양으로 정해지고 대한민국 수도가 된 ‘서울정도 600년’이 된 때였습니다.

서울시는 이를 기념해 서울정도 1000주년이 되는 2394년에 뚜껑을 열 목적의 타임캡슐을 제작해 땅속에 파묻었습니다. 아래 이미지가 그것인데요.
/보신각종 타임캡슐=서울역사박물관 제공
/보신각종 타임캡슐=서울역사박물관 제공
모양이 눈에 많이 익었을 터인데 새해를 맞아 타종하는 서울 종각의 보신각의 종을 본떠 제작했습니다. 지름이 1.4m, 높이 2.1m, 무게 2.5톤에 달합니다. 1994년 11월 29일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에 조성한 ‘서울1000년 타임캡슐광장’에 묻었습니다.

그 속에 담긴 내용물이 중요하겠지요. ‘1994년 서울의 인간과 도시’라는 주제 아래 이 당시 서울의 생활과 풍습, 인물을 상징할 수 있는 ‘문물 600건’을 넣었습니다.

그로부터 20년의 세월이 흐른 10월 28일 타임캡슐을 되새김질 하는 기회가 마련됐습니다. 서울역사박물관이 서울시민의 날을 맞은 이날 특별전시회를 갖고 묻은 ‘보신각종 타임캡슐’을 일반에 공개합니다.

“타임캡슐을 파냈냐고요?” 물론 아닙니다. 당시 똑같은 형태의 모형을 하나 더 제작했다고 합니다. 일종의 일란성 쌍둥이 타임캡슐을 만든 셈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묻지 않은 보신각종 타임캡슐의 경우 그동안 유스호스텔 화단에 말 그대로 ‘방치해’ 왔다는 것입니다. 이걸 이번에 서울역사박물관으로 옮겨 전시 행사를 갖게 된 것이고요.이걸 칭찬해야 할지 비판해야 할지 애매모호합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타임캡슐과 함께 공개되는 자료들의 경우 시민의 삶과 사상이 담긴 기증 물”이라며 “1990년대를 살았던 서울시민의 생활과 그 후 20년,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1994년 6월 9일 서울의 하루를 담은 이재용 감독의 ‘한 도시 이야기 프로젝트’의 자료 일체가 공개된다고 합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