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린 다이아코 회장(왼쪽)과 직원이 타이베이 본사에서 피트니스기기 개발에 대해 애기하고 있다. 이 회사는 연간 약 1억5000만달러를 수출하는 강소기업이다. 타이베이=김낙훈 기자
마이클 린 다이아코 회장(왼쪽)과 직원이 타이베이 본사에서 피트니스기기 개발에 대해 애기하고 있다. 이 회사는 연간 약 1억5000만달러를 수출하는 강소기업이다. 타이베이=김낙훈 기자
대만은 중소기업의 나라다. 이들 중소기업은 자국 내 대기업의 하청생산보다는 직수출에 의존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타이베이에 있는 피트니스기기 생산업체 다이아코는 대만 기업의 전형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다. 창업 24년째인 이 회사가 연간 1억5000만달러를 수출하는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한 데는 어떤 비결이 있을까.

대만의 전체 제조업체는 13만4881개다. 이 중 중소기업은 13만17개(2009년 기준, 종업원 200인 미만)로 96.4%에 달한다. 한국의 종업원 5인 이상 제조업체 11만4651개(2011년 기준, 1인 이상 전체 제조업체는 32만여개) 가운데 중소기업이 99.4%를 차지하는 것과 엇비슷하다.

이들 제조업 종사자 중 중소기업 근로자 비중도 대만이 75.7%, 한국이 76.7%로 비슷하다. 그런데도 대만이 ‘중소기업의 나라’로 불리는 것은 상대적으로 자사 브랜드를 가진 대기업이 적은 대신 ‘강한 중소기업’이 많은 데 따른 것이다.

대만의 강한 중소기업들은 외국 기업과 돈독한 네트워크를 맺고 부품이나 완제품을 수출한다. 요즘엔 애플의 아이폰을 제조하는 훙하이그룹이나 석유화학제품의 강자 포모사그룹, 반도체 분야의 TSMC 등 대기업들이 속속 늘고 있지만 여전히 ‘중소기업의 나라’라는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다.

타이베이 중심가 송장로에 있는 다이아코(회장 마이클 린·60)는 직원 한 명을 데리고 시작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이곳을 찾은 지난 9월 말. 길거리는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습도마저 높아 후텁지근했지만 이 회사의 빌딩 12층에 있는 사무실은 시원한 에어컨 덕분에 더위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이 층엔 원래 사무실과 전시장이 있었으나 사업이 확대되면서 전부 사무실로 바뀌었고 전시장은 9층으로 옮겼다. 그곳에는 보통 ‘러닝머신’으로 불리는 트레드밀과 인도어 사이클 등 각종 헬스기기가 전시돼 있다.

“우리는 생산제품의 99%를 수출합니다. 대상국은 미국 유럽 등 약 60개국에 이르고 액수는 연간 1억5000만달러에 달하지요.”

마이클 린 회장은 환갑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젊어보였다. 마라톤 사이클 등 운동이 취미다. 그가 창업한 것은 미국에서 학업을 하던 시절, 지인이 이 분야에 종사하고 있던 것이 인연이 됐다. 1990년 회사를 세운 뒤 처음에는 헬스기기를 수입해 팔았다.
다이아코의 피트니스기기로 운동하는 모습
다이아코의 피트니스기기로 운동하는 모습
그는 “당초 회사명은 정력적인 운동을 상징하는 ‘Dynamic’의 ‘Dyna’와 회사인 ‘co’를 합성해 다이나코로 지으려 했으나 직원이 ‘n’자를 빼먹고 등록해서 다이아코(Dyaco)가 됐다”며 “짓고 보니 괜찮은 이름인 듯하다”며 웃음지었다.

이 회사가 피트니스기기의 강자로 떠오른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연구개발 중심 기업을 만든 것이다. 린 회장은 “우리는 타이베이 본사와 타이중 공장 등 대만에 직원 550명을 두고 있는데 이 중 100명이 연구개발 부서에서 일할 정도로 신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시장의 동향에 귀를 기울이면서 신기술을 담은 제품을 만들어 낸다. 예컨대 인도어 사이클은 분당 회전속도가 급격히 올라가도 부드럽게 작동한다. ‘다이렉트 드라이브 시스템’이라는 특허기술 덕분이다. 트레드밀은 운동 과정에서 열이 나는데 이를 줄이기 위해 모터 커버 아래에 이중팬을 달았다. 실내용 걷기 운동기구인 ‘일립티컬 트레이너(일명 스테퍼)’는 발바닥 각도를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해 편안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다이아코' 마이클 린 회장 "직원 20%가 R&D 매달려…피트니스 기기 글로벌 강자로 우뚝"

이 회사는 주력제품인 트레드밀과 인도어 사이클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예컨대 아령처럼 생겼지만 스프링이 달려 안으로 밀면서 운동할 수 있는 기기가 바로 그것이다.

린 회장은 “지금 생산하는 제품에 만족하지 않고 고령자 전용 운동기기, 환자 재활용 운동기기 등 새로운 먹거리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급피트니스클럽은 고령자를 점차 안 받고 있는데 이들도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하기 때문에 65세 이상을 위한 전문적인 기기를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또 “노령화에 따라 환자도 늘고 있는데, 이들의 재활을 위한 운동기기가 부족한 형편”이라며 “그런 제품도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연구개발과 디자인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세계 톱 수준의 디자인회사와 협업하고 있으며 대학과 공동 연구도 하고 있다.

둘째, 과감한 브랜드 전략이다. 린 회장은 “자체 브랜드만으로는 외국시장을 효과적으로 개척하기 힘들기 때문에 해외브랜드를 인수하거나 사용권을 얻어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SPIRIT’ ‘SOLE’ ‘Xterra’ ‘fuel’ 등 다양한 브랜드로 수출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셋째, 적극적인 글로벌화다. 대만 내수시장은 좁기 때문이다. 린 회장은 “각국의 품질요구 수준에 맞추기 위해 재료 생산공정 완제품 등의 분야에서 엄격한 품질검사를 한다”고 말했다. 현지에서의 유통과 밀착 서비스를 위해 아시아, 유럽, 미주 등 약 30개국에 판매망을 구축했다.

이 밖에 정시 공급과 다양한 협력업체 확보 전략이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대만은 자전거산업과 부품산업이 발달해 피트니스기기의 부품확보가 수월한 편이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얘기한 클러스터의 이점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책 중 어떤 게 수출 확대에 큰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에 린 회장은 “지원은 필요 없고 규제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은행에서 대출받아 투자하고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모든 기업활동은 기업인이 스스로 위험을 부담하고 다른 기업과 경쟁해서 일궈내는 것이지, 누가 도와준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철저한 시장원리만 작동할 뿐이라는 뜻이었다.

김낙훈 중소기업 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