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주목할 기업이라고 평가한 모뉴엘이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은행들과 한국무역보험공사 간 책임공방이 일고 있다. 모뉴엘에 대출해준 은행들과 대출을 보증한 무역보험공사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자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

모뉴엘이 시중은행들로부터 대출받은 금액은 67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 중 무보가 보증을 해준 금액은 약 33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무보 관계자는 22일 “보증금액은 공식적으로 아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모뉴엘 법정관리' 일파만파] 수출 여부 누가 확인하나…은행-무역보험公 책임공방
모뉴엘이 무보가 발급한 보증을 담보 삼아 은행들에서 대출받은 금액을 갚지 못하면 무보가 대출금에 이자까지 더해 전액 물어줘야 한다. 무보는 이후 모뉴엘의 제품을 사간 수입 업자를 찾아 구상권을 행사하는 절차를 밟는다.

무보 측은 하지만 “이는 정상적인 상황에서 진행하는 절차이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먼저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은 수출거래 내역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보증을 해준 무보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뉴엘 채권은행 관계자들은 “은행은 수출 관련 심사를 서류상으로 확인하는 것일 뿐 현장에선 하기 힘들다”며 “그건 보증을 해준 무보의 역할”이라고 했다.

반면 무보 관계자는 “무보는 은행들로부터 받은 수출실적 증명서와 수출 대금이 오간 은행들의 통장을 받아 보증 심사를 한다”고 맞받았다. “수출 대금이 실제로 오간 통장 내역은 은행들이 알고 있다”며 “은행들은 이 기업에 신용대출 등 다른 거래도 하고 있어 은행들이 현장을 확인해야 할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모뉴엘이 지난 20일 법정관리를 신청했지만 이날까지도 은행들이 무보에 사고통지를 하지 않은 것을 두고도 주장이 엇갈렸다.

무보 측은 “은행들로부터 사고통지를 받아야 조사에 정식으로 착수하는데, 아직까지 은행들이 공식적인 사고통지를 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은행들이 담보 등을 확보하며 손실을 최대한 줄인 뒤 무보에 알리겠다는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사고통지는 한 달 이내에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재후/박한신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