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무선사업부(IM)의 3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무선사업부 영업이익이 2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1년 2분기(1조7000억원) 이후 3년 만이다. 경쟁 격화에 따른 수익성 하락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그 정도가 워낙 심각해 비상이 걸렸다. 고가폰 시장에서는 애플, 중저가폰 시장에선 샤오미와 레노버 등의 협공을 감안하면 단시일 내 수익성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비상벨' 소리 커진 삼성 스마트폰…분기 영업익 2조 밑으로
○반도체 영업이익이 스마트폰 추월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이달 말 올 3분기 확정 실적 발표를 앞두고 사업부문별 실적을 집계한 결과 그동안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한 무선사업 부문 영업이익이 1조8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낸 작년 3분기(6조7000억원)보다 73%가량 급감했을 뿐 아니라 ‘어닝 쇼크’ 수준으로 평가받은 올 2분기(4조4000억원)와 비교해도 60% 정도 줄어든 것이다. 당초 증권가는 물론 삼성 내부에서도 ‘2조원대는 지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다.

반도체·디스플레이를 담당하는 부품(DS) 부문은 2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무선사업부 실적을 추월했다. 스마트폰 부진 여파로 디스플레이와 시스템반도체 사업에선 적자를 냈지만 메모리반도체가 큰 폭의 실적을 내며 작년 3분기(3조1000억원) 이후 최고 성적을 거뒀다. TV를 포함한 소비자가전(CE)은 판매가 하락, 비수기 여파 등으로 간신히 적자를 면하는 데 그쳤다.

이로써 회사 전체로는 지난 7일 잠정 실적 때 발표한 대로 4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당시 잠정 실적 공시를 통해 3분기에 47조원의 매출에 4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밝혔고 사업부문별 매출 및 영업이익은 이달 30일 발표할 예정이다.

○4분기에도 실적 개선 어려울 듯

무선사업부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은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저가폰 시장을 중심으로 샤오미 레노버 등 중국 업체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시장 점유율 방어를 위해 삼성도 공격적 마케팅을 펼쳤고 그 결과 판매량이 소폭 늘었지만 수익성은 나빠졌다. 일각에서는 과거 갤럭시S3의 성공에 취해 후속 모델에 대한 수요 예측을 제대로 못하고 생산 물량을 늘려 대량의 재고가 쌓였고 이를 밀어내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한 게 실적 부진의 결정적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더 이상의 실적 하락을 막기 위해 지난달 신제품 갤럭시노트4를 당초 일정보다 한 달가량 앞당겨 출시한 데 이어 조만간 성능이 뛰어나면서도 가격을 크게 낮춘 중고가 스마트폰 시리즈를 선보일 계획이다. 차기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6의 내년 1월 조기 출시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급격한 실적 개선은 어렵다고 보는 분위기다. 중저가폰에서 경쟁이 치열한 데다 고가폰 시장에선 애플이 아이폰6 시리즈로 돌풍을 일으키면서 삼성이 설 자리가 좁아진 탓이다. 김영찬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4분기에도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 심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반도체가 구원투수로 떠오른 게 삼성에는 위안이다. 증권가에선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호황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반도체가 삼성전자의 실적을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